매일신문

실전 외식 창업 경험 쌓은 청년들, "외식업 쉽지 않아요"

'청년팝업레스토랑'을 통해 두달간의 창업 실전 경험을 마무리한 청년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청년들에게 외식업 창업 전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실패율을 줄이고, 창업 아이디어를 보안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청년 팝업 레스토랑' 3개 팀이 10일 두달 간의 첫 실험을 마무리한다. 대구시는 사전 오디션을 거쳐 6개팀을 선발했는데 지난 두 달간 세 팀이 창업 경험을 쌓았고, 오는 12일부터는 또다른 세 팀이 두달 간의 실전 영업에 돌입한다.

◆생각과 다른 현실

'청년 팝업 레스토랑'은 대구시가 대구 중구 종로 골목에 임대한 매장에 청년 창업팀들이 입점해 두 달 동안 자신들의 메뉴와 서비스를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임대료와 주방 설비 등을 갖춰야 하는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전기료 등의 최소 비용만으로 직접 창업을 했을 때 부딪힐 수 있는 갖가지 상황들을 맞닥뜨려볼 수 있다. 여기에다 (주)핀연구소가 참여해 상품개발, 메뉴관리 등 전문가 컨설팅과 멘토링도 지원한다.

두 달의 경험을 마무리하는 세 팀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과 직접 부딪힌 현실은 너무 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리할 때의 동선, 주문 후 조리 순서, 그릇의 회전율 등 미쳐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오픈 첫날부터 난리가 났다. 백근영(29)씨는 "닭갈비 스테이크를 대표 메뉴로 내놨는데 초벌을 하지 않고 조리를 하다보니 1인분 만드는데 15분씩 걸려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며 "결국 첫날 40분 영업한 뒤 문을 닫고, 다시 조리 전과정을 새롭게 수정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초보 장사꾼이다보니 식자재 분량을 조절하지 못해 걸핏하면 재료가 부족해 판매를 못하는 일도 잦았고, 결제 포스 사용이 익숙치 않아 분할결제(더치페이)를 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당황하기도 했다.

조리과 출신인 최준경(22)씨는 "주방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손님 응대는 처음이어서 불만에 대한 위기대처 능력이 부족했었다"며 "특히 손님들마다 입맛이 제각각이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데 한달 이상이 소요됐다"고 했다.

◆준비 없는 창업, 실패로 이어질 뿐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외식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무작정 창업 현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가운데 3개월 미만의 짧은 고민과 준비로 창업하는 이들이 무려 49.8%에 달했다. 3개월 이상~6개월 미만(24.6%), 6개월 이상~1년 미만(12.9%)이 뒤를 이었고, 1년 이상 준비했다는 응답자는 12.7%에 불과했다.

창업 자본도 충분치 못했다. 신규 자영업자 가운데 500만원 이하의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들의 비중이 32.2%로 가장 많았다. 2천만원~5천만원(23.1%), 5천만원~1억원 미만(16.2%), 5백만원~2천만원 미만(15.2%) 순이었다. 1억원 이상은 11.9%, 3억원 이상은 1.5%였다.

이런 현실에 대해 직접 두달을 부딪혀 본 청년들은 "준비없이 덤볐다가는 백전백패일 뿐"이라고 했다. 조만간 문을 열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년몰 입점을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상진(32)씨는 "당초 연령대가 높은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육회를 중심으로 한 메뉴를 준비중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원점에서 메뉴를 재검토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청년들은 대구시의 이번 시범 사업이 더 확대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공간 인테리어에 있어 제약이 많다보니 가게만의 특성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고, 홍보 마케팅이 어려운 점 등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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