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나 '이슈 메이커'였다.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친(親)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나눠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호불호(好不好)가 확실한 인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는 미국 중간선거 기록으로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국 CBS 방송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가 총 1억300만 명으로, 투표율은 4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보도했다. 중간선거에서 투표자가 1억 명을 넘긴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여 년간 미 중간선거 투표율은 통상 40% 안팎으로, 49%에 달한 것은 1966년이 마지막이었다. 직전 중간선거인 2014년엔 36.4%에 그쳤다. 이벤트로 치자면 이번 중간선거는 역대 최고급 흥행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상원은 공화, 하원은 민주로 결판났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던 구도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초 공을 들였던 상원 수성을 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미국인들이 결국 어느 한 쪽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회권력 균형을 선택했다.
이번 미국인들의 선택은 2년 뒤 치러질 미국 대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절묘한 의회 균형이기에 2년 뒤 대선 결과를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벌써 '2020 대선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중간선거를 통해 2년 뒤 나설 미국의 잠룡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잠룡들, 누가 있나?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직후인 7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전통적으로 재선에 성공해왔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2020년 대선을 뒤집을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 잠룡들 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트럼프 맞수로 꼽히는 인물은 '엘리자베스 워런'(69)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크게 앞서며 가볍게 재선에 성공했다. 워런 의원은 최근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이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워싱턴으로 가서 망가진 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저명한 법학자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며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발언을 할 때마다 "역겹다"거나 "시끄럽고 끔찍하며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사기꾼"이라고 공격해왔다. 중간선거 직전 발표된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런 의원을 비롯해 카말라 해리스(53)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잠재 여성 후보군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율 측면에서 모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워런 의원이 나서면 만만찮은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익장의 '버니 샌더스'(77) 버몬트 상원의원도 대표적인 민주당 잠룡이다. 그는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바 있는 샌더스 의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페인트 판매원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표적인 '흙수저의 성공신화'로 꼽히며 서민과 중산층에서 큰 신임을 얻고 있다. 그는 공립대 학비 무료,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며 다른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1% 부자에게 모든 부가 집중되고 99% 국민은 고통받는 세상을 바꾸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내세우고 있다.

선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75)도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그는 중간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장관 등과 함께 반(反) 트럼프 진영 최고위 유력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을 받았다. 그만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가 대선에 나가면 여전히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6선 출신에다 부통령 경력까지 지닌 정치 거물이고 1988년과 2008년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등 대권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

캘리포니아 검찰총장 출신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주자에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해리스 상원의원을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열린 대외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도계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검찰 총장이자 미국 최초의 인도계 여성 상원 의원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17년 만에 민주당에 재가입한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도 중도주의 정치 노선으로 트럼트 대통령의 경쟁 상대로 여겨진다. 미국 10대 부호인 그는 민주당에 2천만달러(한화로 약 224억원) 이상 기부했고,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4일 무려 자비 500만달러(한화 약 56억원)를 들여 민주당 지원 TV광고 연설을 했다. 선거 직전의 광고 연설을 놓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을 지원하는 한편 대선 출마 가능성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계에서는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도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치 경력이 없는 기업인들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권을 꿈꾸는 기업인들이 늘어난 이유다. 미국 역대 대선을 보면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에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직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빌 클린턴이 대통령 전에 아칸소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조지 워커 부시도 텍사스주 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동산 재벌로 경제계 거물이긴 하지만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 역사에서도 대이변에 해당한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 자격 조건은 만 35세 이상, 미국 내 14년 이상 거주, 미국 태생 출신이면 된다.
물망에 오른 기업인으로는 최근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하워드 슐츠(64) 스타벅스 회장의 2020년 미국 대선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밖에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방송인이자 미디어회사 하포그룹 회장인 오프라 윈프리 등 다양하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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