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장묘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16년 관련 규제 완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동물보호법에 동물장묘업이 신설되고, 동물장묘업이 시행규칙에 따른 시설 기준만 충족하면 영업이 가능한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신규 사업자들이 앞다퉈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장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동물화장장은 분란의 씨앗이 됐다. 주민 반발을 우려한 지자체가 사업 허가 신청을 막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청도에 들어선 하얀민들레 장례식장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끝에 문을 연 경우다.
◆혐오시설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달 31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하얀민들레 장례식장. 자뭇 엄숙한 분위기속에 장길정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조심스럽게 검은빛의 미니핀 '콩이'에게 수의를 입혔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견주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포항에서 왔다는 '콩이' 견주 서정래(62) 씨는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2시간 내내 콩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포항에는 동물화장장이 없기 때문에 1시간 30분을 달려 이곳까지 왔다. 콩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후회없이 배웅하고 싶었다"고 했다. 콩이는 장 지도사가 만들어준 꽃신을 신고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과 함께 화장로로 들어갔다. 서 씨와 아내 이미옥(67) 씨는 장례식장 건물에서 폐쇄회로(CC)TV로 화장 과정을 지켜봤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연기나 악취는 느낄 수 없었다. 화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화장로 뒤편에 설치된 물탱크를 지나며 4차례에 걸쳐 정화된다.
장 지도사는 "20여년 전 동물장례업체가 전무했을 때에는 반려동물을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르는 요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 동물화장장"이라고 했다.
2015년 개장한 하얀민들레 장례식장에는 하루 평균 3~5건의 장례가 진행된다. 이 곳 역시 초창기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장 5년 전부터 주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이 곳 김영덕 대표는 "다른 지역처럼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하는 등 반대가 극심했고, 결국 행정소송까지 갔다"며 "이 과정에서 동물화장장은 환경오염시설이 아니고,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당시 주민들과의 갈등 중재에 나섰던 주민 정성해(62) 씨는 "사업자 측에는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하라고 조언했고, 주민들에게는 '한 번 믿어보자'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하얀민들레 장례식장은 화장로 설치업자까지 불러 주민 간담회를 여는 등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정 씨는 "결국 중요한 건 법이 아닌 소통과 대화였다"고 했다.
◆반려동물 사후, 대부분 매장 처리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반려동물 가구는 2015년 19만6천여 가구에서 지난해 27만7천여 가구로 2년 사이에 8만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 수도 24만2천여 마리에서 29만여 마리로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에 비해 사후처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장묘업체는 28곳으로 경기도 김포와 광주에 각각 5곳이 몰려 있다.
대구경북에는 화장장을 갖춘 곳은 청도가 유일하고, 대구 달서구에 장례식장만 운영하는 업체 1곳이 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에 비해 사후처리는 땅에 묻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한국펫사료협회가 개·고양이를 기르는 전국의 19세 이상 보호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반려견 보호자 818명 중 47.1%가 숨진 반려견을 직접 땅에 묻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한 경우는 27.9%였고, 장묘업체를 이용한 비율은 24.3%에 그쳤다. 반려묘도 응답자 중 52%가 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정훈 한국동물장례협회 사무국장은 "가까운 곳에 동물화장장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 사체를 화장하지 않고 무단 투기하거나 불법 매립하면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법적인 동물화장장 설치가 곳곳에서 막히면서 불법 화장장 등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자들이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영업에 나서는 탓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동물장묘시설 7곳을 적발했다. 한국동물장례협회는 올해 말까지 정부와 함께 불법동물장묘업체 합동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국동물장례협회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불법 영업장으로 드러나면 지자체에 고발하고, 행정처분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