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레시피] 우리 동네 병원의 인공지능 의사

선조를 진료하는 의사 허준(허준박물관).
선조를 진료하는 의사 허준(허준박물관).

인공지능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다.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여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을 2018년 4월에 열었다. 필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의료기술과 만나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에서 강연하였다.

이처럼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유전정보, 정밀의료 등과 같은 핵심 기술들을 앞세워 기존의 기술들을 빠르게 연결하여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인공지능 의사가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의사의 진료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사람 의사를 대체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의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의사 왓슨

의학 전문자료 1,500만 쪽을 공부해서 다 외웠고 의학학술지도 300종이나 읽었다. 그리고 2012년 3월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이후 MD앤더슨에서 훈련받으며 실력을 키워서 드디어 의사가 되었다. 이것은 어느 젊은 의사의 경험담이 아니라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나온 과정이다.

2016년 12월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길병원에서 오픈하면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왓슨은 어떻게 암을 진단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환자의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고 혈액검사,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같은 검사결과를 입력한 후에 'Ask Waston'을 클릭한다. 그러면 왓슨이 열심히 분석해서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의 세 가지 치료법을 제시한다. 평균 8초 만에 왓슨은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최종 치료법의 결정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을 참고하여 사람 의사가 내린다.

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의 병원에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에 있는 병원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2017년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수가 미국에서만 140개가 넘는다고 하니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실력

암에 걸리면 어느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잘 하고 치료를 잘 해줄 수 있는지 주변에 물어보고 찾아보게 된다.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비교해서 실력이 얼마나 될까? 2014년에 미국 종양학회에서 전문의와 왓슨의 암진단 결과를 비교했는데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가 일치한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1,00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이 진료했는데 사람 의사와 일치하는 결정이 80%나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인공지능 왓슨과 사람 의사의 암 진단 일치율은 높다.

인공지능 체험(스마트테크 코리아).
인공지능 체험(스마트테크 코리아).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우리나라에 맨 처음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이 2017년 12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 결과에 대해 공개했다. 2016년 12월 처음 도입되어 2017년 11월까지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총 557명의 환자가 왓슨을 이용해서 진단을 받았다. 이 중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해서 왓슨이 '강력추천'으로 제시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일치율은 55.9%였다. 그리고 왓슨이 '강력추천'한 것뿐만 아니라 '추천'한 것까지 포함하여 사람 의사의 판단과 일치하는 비율을 보면 대장암(결장)이 78.8%, 대장암(직장)이 77.8%, 위암이 72.7% 등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인공지능 왓슨을 사용했는데 왜 외국보다 국내에서 사람 의사와의 일치율이 낮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종류의 암이라 하더라도 인종이나 생활환경에 따라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왓슨이 미국에서 개발되어서 외국 환자들에게 더 적합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환자에 적합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한 후속 개발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1호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

'1호 인공지능 의사'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기사가 2018년 보도되었다. 바로 위에서 몇 년 전에 개발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살펴봤는데 '1호 인공지능 의사'가 등장했다고 하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 내막을 좀 살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인공지능 의사가 맞지만 독자적으로 진료해서 진단서를 발급하지는 못한다. 왓슨이 환자 정보를 분석해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일을 하지만 결정은 사람 의사가 하기 때문에 사람 의사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

03_인공지능 딥러닝프로세서((한국전자).
03_인공지능 딥러닝프로세서((한국전자).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사람 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진단서도 발급한다. 이 인공지능 의사는 미국 아이디엑스 기업이 안과용 인공지능 의료기기로 개발한 '아이디엑스-디알(IDx-DR)'이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8년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개발회사인 아이디엑스의 설명에 따르면 진단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환자의 안구 사진을 촬영하고 망막 이미지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기존 환자 자료와 비교해서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양성으로 판단되면 안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요청하고 음성으로 판단되면 12개월 후 재검사 받을 것을 안내한다. 환자의 망막 영상을 분석해서 진단결과를 내 놓는 데에 1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2017년 미국에서 90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87.4%의 정확도로 당뇨 망막변증 환자를 구분했다고 한다.

국내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처음으로 도입한 길병원은 2016년 12월~2017년 12월 사이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인공지능 왓슨의 도입으로 인해서 의사 진단과 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224명 중에 204명으로 91%나 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에 대해서 환자 51명 중 48명(94%)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호응 속에 앞으로 더 다양한 질병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인공지능이 사용될 것이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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