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찬반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로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가 박길룡 선생이 설계했고, 1938년 완공됐다. 현재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보존공사를 위해 휴관 중이다. 전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 중이다.
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로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가 박길룡 선생이 설계했고, 1938년 완공됐다. 현재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보존공사를 위해 휴관 중이다. 전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대구문화예술혁신포럼과 시민단체 일부 회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 반대'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의 문화예술행정을 비판했다(9일자 본지 8면 보도),

포럼과 일부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간송미술관 유치과정에서 대구 예술계 의견수렴 배제 ▷수백억원 짜리 건물 제공과 매년 시예산 50억원 지원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에 운영권 이양 ▷간송의 이름값에만 기댄 문화예술정책 등을 문제삼았다.

2016년 10월 '간송미술관 대구유치 시민토론회'에 이어 12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계약 체결 이후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에 대한 대구문화예술계의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경과

1938년 서울에 설립된 간송미술관(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일제강점기 때 민족의 문화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모은 문화재 1만여점을 소장한 사립미술관으로 전시보다는 문화재 보호와 연구에 중점을 두고 1년에 2회 정도 일부 문화재에 한해 대중에게 개방하고 있다.

소장품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고려청자 대표작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등 국보 12점, 보물 23점 등 국가적으로 귀중한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시설 노후화에 따라 문화재 보존과 전시기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장 문화재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국보급 문화콘텐츠 확보를 통해 지역 문화경쟁력을 높이려던 대구시의 의중과 맞아 떨어져 양측은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가칭 '대구간송미술관'은 2018년 연말까지 지명설계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며 내년 초 당선자 선정에 이어 2020년 5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공사를 시작해, 2021년 12월 현 대구미술관 인근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는 지하 1층에 지상 3층으로 사업비는 국비 160억원에 시비 240억원 등 400억원이 투입되며 전시실과 수장고, 교육체험 시설과 야외 조각뜰이 들어선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의 효과

대구간송미술관이 들어서면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간송문화재가 지닌 콘텐츠가 대구경북의 문화자산과 결합, 높은 수준의 전통문화콘텐츠가 확보된다. 가령 국보인 '혜원전신접'과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 등 명품이 대구에 소장된다면 이를 이용해 국내 전통문화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선도할 수 있으며 국내외적인 문화명소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대구미술관과 연계해 시각예술의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민족 문화자산이 집결된 보고(寶庫)로 국내외적 관심을 끌어 '대구'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일부 문화예술계의 반대 이유는

새로운 대구 문화예술 브랜드 가치 창출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이유는 간송미술관 소유의 문화재 1만여점이 모두 개인소유물이라는 점이다.

만약 간송측이 소장품들을 대구시에 기증하거나 일정기간 기부체납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는 한 앞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이 본격 운영에 들어갔을 경우 대구시가 운영권을 주장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400억원에 달하는 건립비에 매년 50억원에 달하는 운영예산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고 근거지가 서울인 간송 측이 상설관 운영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역외로 유출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밖에도 미술관 건립을 위한 소통이 부족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간송미술관 건립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대구간송미술관이 연착륙하려면

대구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가칭)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되면 간송재단이 지닌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대구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전제 한 뒤 "예를 들어 '미인도'가 대구에 온다면 대구는 다름 아닌 '미인도의 도시'가 돼 도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의료성형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홍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미술계의 한 중견 인사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의 방점은 대구가 나아갈 도시브랜드 가치 창출이냐, 아니면 당장의 어려움과 논란에 매몰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며 "대구시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대구미술인들과도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필요하다면 앞으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고 올해 중 '예술인활동여건 실태조사'와 내년 초 '예술인 복지증진 조례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예술인의 경력단계별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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