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대구 유일한 조선 왕 태실 '광해군 태실'…발굴해보니 국가사적급

하부구조 온전하고 다양한 석물 파편 발견돼…광해군의 아명 '경용'도 확인

대구 북구 연경동 광해군 태실 발굴현장. 태항아리를 보호하는
대구 북구 연경동 광해군 태실 발굴현장. 태항아리를 보호하는 '태함'을 중심으로 기초공사 흔적인 '석렬'이 둘러져 있다. 다온문화재연구소 제공.

대구에 있는 유일한 조선 왕의 태실인 북구 연경동 광해군 태실이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광해군 태실이 국가사적급 문화재로 보고, 국가사적 지정과 함께 원형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해군 태실의 발굴조사용역을 맡고있는 다온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약식보고서를 내고 "광해군 태실은 훼손이 심한 지표구조물에 비해 하부 구조의 보존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광해군 태실은 지난 2013년 시굴조사 이후 예산문제로 방치되다가 지난달부터 발굴조사가 재개됐고, 현재 90% 이상 조사가 진행된 상태다.

태실은 왕의 자손이 태어나면 탯줄과 태반을 묻은 곳으로, 조선시대 생명존중사상이 드러나는 문화유산이다. 탄생 직후 명당을 찾아 태항아리를 묻고 봉분과 비석을 세운 '아기태실'을 만든다. 태실 주인이 즉위하면 새로운 비석과 각종 석물을 더한 '가봉태실'을 조성한다.

광해군 태실은 태항아리를 담은 '태함'과 주변부 기초공사 흔적인 '석렬' 등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어 조성 위치와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종류의 석물 파편이 발굴돼 완성도 높은 복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굴조사 자문위원인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사는 "비석과 난간 등 대부분의 구조물이 심하게 훼손됐지만 태실 구성요소의 거의 모든 종류가 발견돼 충분히 원형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정에 그쳤던 가봉태실 조성시기(1609년)와 광해군의 아명이 '경용'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점도 성과다.

다온문화재연구소 강재현 과장은 "광해군 태실은 가봉태실 기초시설을 완전히 조사한 첫 사례로, 조선왕실 태실 축조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굴조사단은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폐위되면서 태실도 의도적으로 파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현용 학예사는 "일정한 간격으로 석물을 깬 흔적이 남은 점에 미뤄 광해군이 폐위된 직후 일부러 파괴한 것으로 판단된다. 태실에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심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광해군 태실이 국가사적급 문화재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는 "광해군의 아명이 적힌 아기태실비가 나왔고 하부구조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다는 점 등에서 국가사적 지정에 손색이 없다. 추후 복원 및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북구청은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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