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경 산업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손기술이 중요하고 노동집약적인 안경 산업은 1970, 80년대 국가 주도 수출 정책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기업에 밀려 해외시장의 대부분을 내주었다. 그러던 중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 한류 열풍과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자인 능력, 그렇게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 등에서 앞서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회를 다지기 위해 할 일이 많다.
첫째 브랜드 제품의 확장이다. 그동안 대구 안경은 소위 OEM(주문자 생산 방식)이 주종이었고, 브랜드 판매는 미미했다. 그러다 젠틀몬서터(Gentle Monster)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등이 드라마와 뮤직비디오에 착용하고 나온 후 독특하고 과감한 디자인, 화려한 매장 조성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가 이 회사 주식 7%를 600억원에 구매해 회사 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것을 보여줬다. 이야말로 브랜드의 힘이다. 제2, 제3의 Gentle Monster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둘째는 IT와의 융합이다. 소위 스마트 글라스의 개발이다. 아직 스마트폰처럼 표준화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블루투스, 맥박체온측정, 광선량에 따른 변색 자동조절 등 스포츠와 관련된 기능성 안경, 온도 센서를 이용해 빛이 없는 곳에서도 열 감지로 볼 수 있는 군사용 혹은 구조용 안경 등 다양한 스마트 글라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수의 미래학자가 머잖은 장래에 스마트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우리도 엄청난 블루오션을 눈앞에 두고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은 변화하는 미래 안경 산업 생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매년 국내 유일의 국제안경전시회(Diops)를 대구에서 개최하고 국제 안경전에서 '한국 단체홍보관'을 운영한다. 1년 2차례 '해외시장개척단'을 구성해 해외로 나가 한국제품을 소개할 기회도 갖는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안경 제조업체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조업체와 안경원이 직거래하는 B2B몰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약 1만여 개 안경원 중 50% 정도가 이 쇼핑몰을 이용한다. 안경원으로선 소량구매가 가능하고, 제조업체는 현금거래로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국내 최대 B2B몰이다.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능은 물론 센서를 이용한 원터치 변색 기능, 김서림 신속 제거 기능 등을 갖춘 자전거 전용 고글을 개발했다.
안경테와 렌즈에 대한 국제시험인증기관 지위도 얻었다. 지금까지 안경테, 렌즈를 전문적으로 시험 평가하는 기관이 없어 안경 제조업체들이 시험 종류에 따라 여러 기관, 심지어 외국에까지 시험을 의뢰해왔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8월 국제시험인증기관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안경 제조업체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는 모든 시험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국내 안경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구안경 산업 특구에 표면처리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마, 코팅, 도금 등 표면처리는 안경 제조 마지막 공정이면서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021년 표면처리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안경 제조업체는 쾌적한 환경에서 최고 기술의 정밀 코팅과 도금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고 품질의 안경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철저히 대비하면 대구 안경 산업의 재도약이 머지않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