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진영 싸움 안 될 새마을운동

경북부 최두성 차장
경북부 최두성 차장

2008년, 대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지의 지인으로부터 "견딜 만하냐"는 안부를 듣는 때인 8월 초에 기자는 한낮 뙤약볕이 내리쬐는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 서 있었다. 수성구청의 '폭염축제' 현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구청은 두산오거리와 들안길을 잇는 10차로 도로의 5개 차로를 막아 축제의 장을 만들었고 그 공간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채워 시민들을 기다렸다.

더운 도시 대구의 부정적 이미지를 숨기지 않고 축제의 주제로 끌어낸 아이디어에 참신하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폭염'이라는 말에 손사래 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축제의 흥행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러나 축제는 첫날부터 '대박'을 쳤다. 지켜본 축제 현장은 '뜨거워서 기쁘고, 뜨거워서 신나고, 화끈해서 시원한' 축제 슬로건과 흡사했다.

핸디캡으로 여겼던 대구의 더위를 상품화한 '발상의 전환'이란 평가가 나왔고, 구청 측은 "축제 사흘 동안 다녀간 이들이 50만 명이나 됐다"며 도심의 대표축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축제는 2010년에는 80만 명을 불러들였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명품축제' 탄생의 기대감과 달리 축제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2010년 구청장이 바뀌자, 구청 측은 교통 체증을 이유로 잠정 중단을 선언했고, 이듬해부터 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바뀐 구청장의 전임 구청장 '업적 지우기'라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전·현직 구청장은 선거로 감정의 골이 팰 대로 팬 상태여서 추측엔 힘이 실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폭염축제 역시 대구 대표축제로 자리 잡아가던 들안길 맛축제를 밀어내고 시작됐고 폐지 또한 도돌이표였다.

10년 전 기억을 소환한 건, 최근 뜨겁게 달궈졌던 구미시의 '새마을과 폐지' 논란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또 '새마을운동 종주 도시'를 자부하는 구미에서 새마을과는 하나의 행정부서 의미를 넘어서기에, 진보 진영 시장의 업무 추진에 반발이 일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박정희'와 '새마을운동'의 상징성을 송두리째 뽑아내겠다는 의도로 봤고, 거세게 저항했다.

구청의 축제 이야기를 새마을운동에 끄집어낸 건 새마을운동이 진보-보수의 진영 싸움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맥락에서다.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이 배우고 싶어하는 경제 발전 모델이다. UN은 2007년 새마을운동을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새천년 마을 계획 프로그램으로 채택했고 관련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功)과 '과' (過) 논란이 계속됐고, 정권의 성향에 따라 공과의 평가는 들쭉날쭉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에 '공'마저 묻혀 휩쓸려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다행히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와 구미시의 새마을과 명칭 유지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참에 보수 진영은 새마을운동의 '과'를, 진보 진영은 '공'의 보고서를 작성해봄은 어떨까. 이를 통해 논란의 마침표를 찍을 답을 찾아보자. 어쨌든 새마을운동은 우리가 만들어낸 '글로벌 브랜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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