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간통죄 폐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그늘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문화 충격을 겪으면서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고 가치관의 혼란으로 가정은 위기를 맞고 사회는 혼돈으로 흔들리고 있다.

집 밖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 어두운 골목길을 서성이며 방황하는 청소년들, 직장을 잃고 가정을 나온 가장들, 오갈 데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노인들…. 이것은 위기의 가정과 혼돈의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의 한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지도 3년여 세월이 지났다. 이 위헌 결정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성 규범을 송두리째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간통죄는 구약 성경의 십계명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8조금법에서 존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근대적 규정으로는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이 있다. 이와 같이 간통죄는 우리의 가정과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지탱해왔던 것이다.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법적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고, 다수의 국민들은 간통죄가 폐지될 경우 성 규범이 문란해지고 가정의 해체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간통죄 폐지 이전 3년(2012~2014년)과 이후 3년(2015~2017년)을 돌아보면, 이전 3년간 이혼은 34만5천 건이며, 이후 3년간 이혼은 32만3천 건으로 이전보다 6.4%(2만2천 건) 감소했다. 조이혼율(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은 1997년(2.0건)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혼 사유 중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 건수를 보면, 간통죄 폐지 이전 3년간은 2만6천 건이며, 이후 3년간은 2만3천 건으로 이전보다 11.5%(3천 건) 감소하였다. 이는 당초 우리가 우려했던 예상과는 달리 이혼 건수와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 건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간통죄의 위헌 결정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직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통이 사회 일각에서 끊이지 않고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 없이 사회 없다"라고 할 만큼 가정은 우리 사회의 기반이다. 이제 우리는 간통죄라는 국가 보호막으로서의 울타리가 허물어진 만큼 부부관계,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가치관을 재정립하여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가는 가정의 갈등 해소와 위기 극복을 지원하는 부부 상담,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 및 가족 교육 프로그램 운영, 성교육 등에 관한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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