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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판타지를 좋아하세요?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사람은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든 조금씩 양면성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항상 일탈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을 도외시하지 못하고 삶에 천착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말이다. 두 마음이 늘 함께 있으면서 다만 밀물썰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점점 더 현실적 감각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어느 날 매사에 유불리를 따지면서, 셈법에 익숙해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면 누가 뭐래도 어엿한 생활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꿈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만나면 그에게 몽상가라는 라벨을 붙이게 된다. 이 때, 몽상가라는 표현에 웬일인지 크게 호의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단히 현실적인 사람도 때때로 몽상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1년 중 11개월을 현실이라는 건조한 전쟁터에서 먼지 일으키며 치열하게 살았다면, 12월 한 달 만이라도 판타지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 또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다름없다. 특히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은 완벽하게 현실과 단절되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열리는 그 순간, 우리는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훨씬 말랑말랑해져 있을 것 같다.

오늘(4일)과 내일(5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립발레단을 초청해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며, 달콤한 선율의 음악도 좋지만 그 내용은 판타지 그 자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펼치는 환상의 세계. 왕자는 장난감 병정들을 이끌고 생쥐들과 전쟁을 벌이며, 소녀와 왕자는 마침내 승리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다. 스페인과 인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인형들이 춤추는 환상적인 무대를 누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일까.

12월의 초입, 어느 저녁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분에게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을 보낸다. 두 시간 남짓 몽상가가 되어 판타지에 빠져있는 동안 누구라도 마음에 물기가 돌고 마침내 꽃 한 송이 피우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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