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젊은이 '멋 부린' 마스크 패션 유행
타인에게 본심 들킬까 두려워하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미리 방어막 쳐
여드름이 싱그러운 얼굴 보고 싶어
한 학기 내내 마스크를 한 학생이 있어서 "감기가 오래 가네"라고 했더니, "화장을 안 해서"라는 대답에 황당했다. 중국발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쳐 국내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날이 늘어나면서 외출을 삼가라,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니 마스크를 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라 할 말은 없지만, 외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입 모양도 보고 표정도 읽고 싶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마스크' 하면 일본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한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시작은 2009년 신형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부터다. 당시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마스크를 보고 "아직도 감기입니까?" "아니, 알레르기입니다"라는 인사말이 오갔다. 그런데 1, 2년 후 '다테 마스크'(伊達マスク)라는 용어와 함께 일본 젊은이들의 마스크 집착에 대해서 염려하는 소리가 일 정도로 마스크가 많아졌다. 마스크 시장은 날로 확대되었고, 후지경제마켓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가정용 마스크 시장 규모가 약 280억엔을 돌파했다. 10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전 도쿄를 방문해서 친구네 가족이랑 여행을 갔는데, 그 집 딸아이에 대한 기억은 검은색 마스크밖에 없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으니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다. "이 아이는 우리랑 같이하는 시간이 싫었던 걸까" 사진을 보면서 살짝 섭섭한 마음에 내뱉은 말을 듣고, 우리 딸 왈 "마스크 하니 눈이 반짝반짝 크게 보이면서 예쁘네. 얼굴도 작아 보이고. 이게 신세대 패션이야".
마스크가 패션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이 서려 안경이 뿌옇게 되어도, 숨 쉬기가 답답해도 감기라서 어쩔 수 없이 착용하는 마스크가 아니라 패션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단다.
'다테 마스크'의 '다테'는 멋을 부린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이다. '마스크를 하면 20% 더 귀엽다'는 일본 잡지 문구에 물음표를 달면서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인정해야 할 거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다테 마스크를 하는 이유 중에는 '마음이 안정된다' '시선을 피할 수 있다' '사람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얼굴에 자신이 없다' 등이 있으니 마냥 패션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른에게는 보이지 않는 지금의 젊은이들의 본질을 이해하고 라이프 스타일 연구와 각종 마케팅 솔루션 개발을 한다는 '하쿠호도 젊은이 연구소'(博報堂若者硏究所)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의 문제점으로 다테 마스크를 지목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말투나 상대의 표정도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문자만으로 소통하면서 이런 요소가 없어지고 서로 본심을 숨기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본심이 들킬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지적을 했다.
마스크 속에 얼굴을 가리고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고집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가 서툴고, 인간관계를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성가신 관계를 싫어하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미리 방어막을 치는 그런 행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사실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보다 더 어려운 게 있겠는가. 관계를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숨기만 하면 되겠는가.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다. 터질 거 같은 여드름 몇 알이 싱그러운 그 얼굴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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