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김아솔 경북대병원 교수

김아솔 경북대병원 교수
미세먼지 크기의 비교
김아솔 경북대병원 교수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연일 발령되고 있다. 주로 봄철에 황사와 함께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가 어느새 계절을 가리지 않고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용 연료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남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흡입이 가능한 여러 가지 크기의 대기오염물질을 일컫는다. 직경이 10마이크론(μg) 이하인 물질을 미세먼지(PM10)라고 하며, 직경 2.5마이크론 이하를 초미세먼지(PM2.5),직경 1마이크론 이하를 극미세먼지(PM1.0)라고 부른다. 미세먼지(PM10)는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1/5~1/7 정도의 크기이다.

김아솔 칠곡경북대병원 교수는 "미세먼지는 생성되는 과정에 따라 1차 입자와 2차 입자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1차 입자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연소물, 비산 먼지, 식물의 꽃가루 등 오염원에서 직접 발생하는 입자를 말하며, 2차 입자는 이들 물질들의 화학적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황산염, 질산염, 유기성분을 포함하는 에어로졸 등을 말한다. 현재 초미세먼지의 경우 2차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의 양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사람이 숨을 쉬는 동안 호흡기를 거쳐 몸속으로 들어온다. 대부분의 먼지는 코털이나 비강 점막, 기관지 점막을 통해 걸러지고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몸 속에 침착하기 쉽다. 그리고 온갖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

호흡기는 미세먼지가 인체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세먼지 노출은 소아들의 폐기능 성장 속도를 늦추며, 성인에서는 폐기능 감소 속도를 증가시킨다. 미세먼지의 노출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증상 악화와 사망률을 높인다.

미세먼지는 또 기도 염증을 유발하고 기도의 투과성을 증가시키며, 발생된 염증이 면역 반응을 더욱 증강시켜 기도 염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기도과민성을 유발하며 기관지 천식의 발병이나 증상 악화를 이끌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폐렴이나 급성 기관지염 등과 같은 호흡기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소아의 경우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3년부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폐암, 방광암 등의 발생 위험과 암 사망률을 높인다. 미세먼지를 조성하는 유기화합물, 질산염 이온, 암모늄 이온 등이 DNA의 손상,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암을 유발한다.

미세먼지 크기의 비교

◆정신질환까지 일으킨다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폐포를 통해 혈관까지 들어올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지면 경동맥 및 관상동맥을 포함한 혈관 벽을 두껍게 하며, 죽상경화를 증가시키고 혈전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혈관 기능이 떨어지고,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및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또한 전신의 저도염증이 발생하면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며, 2형 당뇨병이 증가할 수 있다. 소아가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지방조직과 당 대사에 영향을 주면서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신 기간 중 미세먼지 노출은 저체중아 출산, 조기출산과 관련이 있다. 또한 임신 중에 또는 출생 후 첫 1년 동안 미세먼지에 다량으로 노출될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더욱이 미세먼지 노출은 인지기능, 기억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장기간의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은 경도인지장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를 이미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더욱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미세먼지가 노화속도를 가속화 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초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는 것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 발생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황사방지 마스크 OK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세먼지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미세먼지 현황은 '대기오염 실시간 공개시스템 (에어코리아, www.airkorea.or.kr)'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 노약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 수준일 경우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이나 실외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황사방지용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성능에 따라서 KF(Korea Filter) 80, KF95, KF99 등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등급이 높아질 수록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능력은 높아지지만, 촘촘한 필터로 인해 호흡이 힘들어 질 수 있다. 본인의 폐기능에 맞추어 적절한 마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KF80 등급 정도면 극미세먼지까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얼굴에 밀착이 되도록 올바로 써야 필터의 성능을 최대화 할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과 같이 폐기능이 감소 되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마스크의 필터효과로 인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주의해야한다.

◆콘택트렌즈 NO,

평소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로 인해 눈이 건조해지면 미세먼지로 인한 충혈,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출 후 눈의 가려움증이나 이물감이 있을 때 눈을 비비는 행동은 피해야하며, 불편감이 있을 때 인공눈물을 사용하여 눈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외출 후 귀가하였을 때는 몸 전체, 특히 머리카락 사이사이나 피부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실내 습도는 50~60% 정도 유지하여 부유하는 먼지가 가라앉도록 하는 것이 좋고 물걸레를 사용하여 실내를 닦아 주는 것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을 때에는 실내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는 반드시 금연을 하고, 전기히터 등과 같은 온열기 사용을 피하고, 양초 등의 사용도 주의해야한다. 하루 2리터 이상의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는 것도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김아솔 칠곡경북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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