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생부터 원조'라는 말이 쓰이지 않아 다행이다. '원조', '본가', '본원조' 등 원류 경쟁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먹거리 시장 서열의 불문율은 단연코 '맛'이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고, 저쪽이 우리를 따라 했고, 그쪽은 짝퉁이고, 그 밑은 아류고 따위의 족보 경쟁은 무의미하다. 비슷한 실력이면 족보를 따지겠지만 실력을 겨루지 못한다면야.
영월 태화산 고씨동굴 맞은 편 분수대광장 주변에 식당이 몰려 있다. 웬만한 가게에선 '칡국수'를 판다. '칡'으로 만든 국수라니. 국수치고 가격이 세다. 7천원이다.
주문 전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감자전(5천원)은 필수다. 칼국수와 비빔국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칼국수를 택했다. 고명의 색 조합이 훌륭하다. 전분의 구수한 향이 시장기를 부추긴다.
한 젓가락 만에 모순적인 표현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면발이 굵지만 부드럽다. 찰기는 약한데 식감은 쫄깃하다. 어불성설일 것으로 짐작되지만 실제 먹어보면 수긍한다. 씹는 데 어려움이 없다. 울면 국물인가 싶을 정도로 걸쭉한 국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채 썬 감자가 국물에 섞여 나온다.
사방이 산인 영월에선 흉년이 지면 산에서 흔히 구할 수 있던 칡으로 국수를 해먹었다고 한다. 칡을 구황작물로 사용하자고 임금에 건의한 인물 중 하나가 하필 계유정난의 주연급 한명회다. 성종 1년(1470년)에 한명회가 임금이자 사위인 성종에게 "신이 듣건대, 왜인(倭人)들은 칡을 많이 채취하여 먹으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또한 혹간 채취하여 먹는 자가 있다고 하니 다시 이것을 시험하도록 하소서. 만약 혹시 먹을 만하면 널리 사람들에게 유시(諭示)하여 이들로 하여금 기근에 대비하도록 하소서"라고 건의했다. 말이 길었다. 칡국수, 영월에 가시거든 꼭 드셔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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