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왜 국민이 김정은 답방을 쌍수로 환영해야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환영한다는 말을 쏟아 냈다. 합리적인 이유에서 김정은의 답방을 반대하는 국민 측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도 비핵화는 진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거나 그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김정은의 답방을 국민이 환영만 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은의 답방이 어떤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지 문 대통령의 목적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김의 서울 답방으로 남북이 거둘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 답방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그 자체로서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이며 비핵화에 대한 의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일방적 소망일 뿐이다. 서울 답방에서 김정은이 풀어 놓을 보따리가 무엇인지, 그것이 남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모르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다면 가만히 있을 문 정부가 아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김정은의 뜻을 '대변'하고 나섰을 것이다. 어째서 김의 답방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의 답방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경계하는 투의 발언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김의 답방에) 국론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국민이 정말로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북핵 문제는 그대로인데 김의 답방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의 답방 반대는 국론 분열이 아니라 정당한 의사 표시다. 쌍수로 환영하길 기대한다면 걸맞은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 없는 김의 답방은 필요 없다. 위장 '평화 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왜 국민이 김정은의 답방을 쌍수로 환영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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