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장실 가기 무서워지는 사람이 많아진다. 치질 탓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질에는 치핵, 치루, 치열 등 모든 항문질환이 포함된다.
'치핵'은 원래 대변이나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고 배변의 충격을 덜어주는 쿠션조직이 느슨해져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긴 염증이 곪아 누관이 생긴 것이고, '치열'은 딱딱한 변으로 항문이 찢어지고 이로 인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심해지는 병이다.
특히 치핵 환자는 겨울에 많다. 2012~2016년 월평균 치핵 환자를 보면 1월이 8만7천7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월(8만5천297명), 2월(8만5천100명), 12월(8만588명) 순이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항문 주위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피가 혈관 내에서 굳어져 항문 점막이 돌출되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면서 대장의 연동운동이 저하되어 변비가 잘 생기고 이러한 변비가 치핵을 유발시킨다. 연말연시 잦은 송년모임으로 인한 지나친 음주 역시 항문의 충혈을 일으켜 겨울철 치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서양 50대 이상 절반이 치핵 환자?
우리나라의 정확한 치핵 빈도는 알 수 없다. 서양에서는 전체 국민의 5% 이상이 치핵 증세가 있으며, 30세 이상과 임신·분만 후에 증가한다. 50세 이상에서는 적어도 50%가 치핵을 갖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나 더 많다.
항문관 내에는 배변에 대한 충격완화를 위해 점막하 혈관, 평활근, 탄력 및 결합조직을 함유한 점막하 근육으로 불리는 쿠션이 있다. 이것은 변실금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반복되는 배변과 힘주어 변을 보는 습관 등으로 인해 복압 상승과 변 덩어리 등이 점막하조직을 압박하며, 울혈(몸 안의 장기나 조직에 정맥의 피가 몰려 있는 증상)시키고, 항문거근이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항문 주위 조직이 변성되어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이 감소하고, 치상선 주위의 내층에서 분리성 종괴를 형성한다. 이러한 종괴가 치핵이다. 배변시 종괴의 상처로 출혈이 생기고 점차 밑으로 내려오면서 커지게 된다.
◆ 수술 없이 초기에 치료하자
치핵은 항문관 내로 돌출하며 가끔 출혈이 동반되는 1도 치핵, 항문개구부로 치핵이 내려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2도 치핵, 더 진전되어 쉽게 항문개구부로 빠져나오나 손으로 밀어 넣어야 환원되는 3도 치핵, 환원되지 않고 괴사와 통증이 유발되는 4도 치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변을 볼 때 항문 안의 조직이 조금 나온 듯하며, 선홍색의 피가 대변이나 휴지에 묻어난다면 치질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출혈은 초기에는 변비인 경우 자주 나타난다. 점차 잦아져서 나중에는 배변시 동맥혈처럼 선홍색으로 뻗치며, 빈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치핵은 초기에 치료하면 수술적 치료없이 변 완화제와 식이요법, 통증치료, 좌욕과 배변습관의 교정 등으로 쉽게 나을 수 있다. 창피하다고 병을 숨기거나 귀찮아서 진료를 미룬다면 큰 수술을 받게 된다.
◆ 변기에 5분 이상 안 되요!
치핵의 예방법은 생활 속에 있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은 차가운 장소와 딱딱한 의자는 피하고,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피로와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도 몸안의 면역기능 저하와 함께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항문 조직 내 울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쪼그려 앉지 말고 편한 자세로 5~10분 엉덩이를 푹 담그고 앉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능하면 대변 후 휴지보다는 비데나 샤워기를 이용해 씻어내고 잘 말리는 것 또한 항문질환 예방에 좋다.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않고, 과도한 힘을 주지 않는 배변습관도 들여야 한다.
연말연시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평소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자. 항문에서 피가 나거나, 튀어나오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통증이 있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백성규 계명대 동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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