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전좌석 안전띠 단속현장…"가까운 거리니 괜찮겠지?" 과태료 부과

짙은 선팅으로 뒷좌석 승객 착용 여부 보기 어려워…단속 한계 뚜렷

경찰이 12월 한 달간
경찰이 12월 한 달간 '전 좌석 안전띠 미이행' 차량 특별 단속에 들어간 가운데 3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도로에서 안전띠 미착용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nset.co.kr

"가까운 곳에 가느라 깜빡했어요. 한 번 봐주시면 안될까요?"

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거평삼거리. 좌회전 차선과 우회전 차로에서 20m 간격으로 선 교통경찰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들을 갓길로 유도했다. 대구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 4명이 안전띠 미착용 및 영유아 카시트 미사용 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이달 1일부터 뒷좌석 탑승자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6세 미만 영유아가 카시트를 미착용한 경우나 안전띠 미착용자가 13세 미만이면 과태료는 6만원이다.

경찰이 차량을 세우자 황급히 안전띠를 매는 운전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 주한미군은 뒷좌석 아기의 카시트는 사용했지만 본인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단속됐다.

SUV 조수석에 탄 한 중년 여성은 "가까운 거리에 가던 참이어서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단속 경찰관들의 눈길은 운전석과 조수석 뿐만 아니라 뒷좌석까지 꼼꼼히 훑었다.

이날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단속 끝에 15명의 운전자와 2명의 동승자가 안전띠 미착용으로 단속돼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러나 단속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도로 현장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대부분 차량의 유리창이 짙게 선팅돼 있어 육안으로는 뒷좌석에 탑승자가 있는지조차 식별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날씨까지 흐린 탓에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선팅이 약한 택시 승객을 제외하면 뒷좌석에서 안전띠 미착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이날 유일하게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으로 적발됐던 A(18) 양은 "탑승할 때 뒷좌석도 안전띠를 매야 한다는 안내를 듣긴했지만 영 어색해서 그냥 타고 왔다"고 멋쩍어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이상호 경위는 "좌회전 차선에 멈춰있는 차량 바로 옆에서 들여다봐도 식별이 안 될 정도"라며 "어렵게 단속을 하더라도 낌새를 채고 안전띠를 매면 그만이어서 실효성 있는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차 유리창의 짙은 선팅을 막기도 어렵다. 법적 기준을 초과한 농도의 선팅은 과태료 2만원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최근 5년 간 대구에서 단속실적이 전무하다. 그나마 뒷좌석 측면 유리는 법적 규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탑승객에게 안내가 의무화된 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드결제단말기나 내비게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승객이 듣고도 매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서다.

안창준 경위는 "택시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계도만 하고 보내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승객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에 한계는 있지만, 지난 9월부터 계도기간을 거치며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된 점은 성과로 꼽힌다. 최성렬 경장은 "이날도 70대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와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묻고 갔다. 어쨌든 시민 홍보가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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