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 급변, 탐구영역 과목간 편차조절 실패, 영어 절대평가 취지 무색 등으로 역대 시험중 '최악의 출제'로 평가받을 만하다.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은 "이렇게 어려운 수능을 내년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면서 걱정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4일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수학, 영어영역 모두 '불수능'이었음이 드러났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무려 150점으로, 지난 2005년 수능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능 134점에 비해 16점이 올랐고, 지난 9월 모의평가 때 보다는 21점 올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형성된다.
국어 성적은 올 대학입시 최대 변수로 사실상 '국어 수능'이 됐다. 1등급 커트라인이 132점이어서 같은 등급안에서도 18점이나 차이가 난다. 종전 1등급내 표준점수 격차는 2011학년도 11점차가 최고였다. 국어 만점자 비율도 0.03%(148명)로 역대 최저치(2011학년도 0.06%)를 경신했다.
국어는 과목간 변별력도 무력화시켰다. 수학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133점으로 국어 최고점과의 격차가 무려 17점에 이른다. 자연계열 학생이 국어를 못봤을 경우 사실상 수학으로 만회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실장은 "의예과를 가려는 학생이 다른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국어에 발목을 잡혀 못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특정 영역이 입시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고질적 문제"라고 했다.
영어도 절대평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웠다. 입시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절대평가가 도입 2년만에 사실상 상대평가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 영어 1등급 비율이 5.30%로, 상대 평가인 수학 가 6.33%, 수학 나 5.98%보다 낮다. 지난해 수능에서 10.03%였던 영어 1등급 인원이 올해는 '반토막' 났다. 영어 난이도 급상승으로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속출하게 됐다.
매년 지적돼온 탐구과목 간 난도 격차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탐구는 9개 과목 중에서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제외하고 6개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널뛰기식 수능 난이도'에 얼마나 깊게 공부해야 하는지, 학습 비중을 어떻게 둬야할지 몰라 불안감이 크다. 교육당국이 아무리 난이도 조정을 한다고 밝혀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고2 자녀를 둔 대구 한 학부모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출제라는 교육당국의 말을 믿었다가 이번 수능을 보면서 큰 배신감을 느꼈다. 상대적으로 마음을 놓고 있던 국어와 영어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학원가에는 수능 가채점 이후 국어 관련 상담이 빗발치고 있으며, 이달 말 개강하는 '겨울방학 원터스쿨' 등록자가 예년의 3배 가량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영식 청구고 교감은 "난이도를 예측할 수 없는 수능이 공교육의 신뢰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는 선행출제와 교과서 밖 출제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는데, 수능은 지나친 난도의 시험으로 치러져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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