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셀럽파이브, 개그우먼들의 유쾌한 '아이돌 놀이'

'재미있는 일 한 번 해보자'고 벌린 판이 연말 시상식 무대까지 서게 됐다. 11월 6일 'MBC플러스×지니뮤직 어워드'에서 셀럽파이브는 '토미오카 댄스 클럽'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였다. 유튜브 'DaftTaengk'의 직캠 캡처

시작은 '그저 재미있는 거 한 번 해보자'였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만든 유튜브 채널 '비보TV'의 콘텐츠인 '판벌려' 1회를 보면 개그우먼 김신영이 일본에서 화제가 된 '토미오카 댄스 클럽'의 춤을 가지고 무대를 만들어보자고 송은이를 꾀었고, 이후 동료 개그우먼 3명을 더 불러모아 만든 게 이 팀의 결성 계기였다. 이후 이들은 일본에 직접 가서 춤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고, 밤새 연습하고, 노래를 재미있게 개사해서 녹음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그리고 MBC MUSIC의 음악프로그램인 '쇼챔피언'에 나가서 무대를 선보였고, '핫'한 아이돌만 나간다는 MBC Every1(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에 나가 프로그램을 뒤집어 놓았다. 그저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날 줄 알았던 이들의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아예 정식으로 음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숙에 다이어트, 노래 레슨도 받았다. 번안곡이 아닌 정식 창작곡을 들고 뮤직비디오엔 카메오로 배우 이덕화도 출연시켰다. 그리고 올해 처음 신설된 가요 시상식인 'MBC플러스×지니뮤직 어워드'에선 '올해의 발견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 팀의 이름은 바로 '셀럽파이브'다

셀럽파이브를 아이돌로 부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자기들이 아이돌이라고 우긴다고 덥석 아이돌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뭔가 솜사탕 먹고 난 뒤의 손 같은 찝찝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 '비보TV'에 공개된 '판벌려'의 영상을 쭉 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은 정확히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압축하고 해석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워너원의 '봄바람'과 똑같은 날에 나온 셀럽파이브의 신곡 '셔터' 준비 과정 중 합숙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자신들이 컴백하는 걸그룹이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 식사를 밥 대신 삶은 달걀로 때운다던가, 핸드폰을 압수해 통 안에 보관해놓았더니 스케줄 없던 안영미가 심심함에 몸부림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이 누님들 진지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뮤지'가 작곡하고 김신영이 작사한 노래 '셔터'도 정말 8090세대를 저격하는 레트로 댄스 음악으로 절대 나쁘지 않은 품질을 자랑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는 굳이 걸그룹을 하려 했을까. 예전 KBS2 TV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도 출연자들이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기도 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식상해질 수도 있는 콘텐츠였다. 그런데 셀럽파이브의 경우 '아이돌이지만 툭하면 튀어나오는 쎈 누님의 모습', 준비 과정 속 크고 작은 실수와 에피소드가 결합되면서 보는 내내 사람들을 킥킥대게 만든다. 시작은 미약했던 개그우먼 5명의 '아이돌 놀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담이지만, '판벌려' 시즌1의 2회를 보면 토미오카 댄스 클럽 멤버 중 1명이 '쇼챔피언'의 진행자인 김신영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 K-POP 콘텐츠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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