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은 재설립된 대구패션조합에 각종 보조금 사업을 무더기로 넘겨주고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조직의 사업 수행 예산이 반토막이 났는데도 당시 원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포함된 패션연 이사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오는 2020년 4월 임기가 끝나는 패션연 이사회는 모두 18명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이사장과 대구시·경북도·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등 당연직 이사 3명, 패션연 원장인 상근이사 1명, 패션·봉제업계 종사자, 교수 등 선임직 이사 11명이 활동한다. 감사는 패션업계 종사자 2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의 절반인 9명(선임직 이사 7명, 감사 2명)이 대구패션조합과 관련이 깊은 패션업계 종사자인 셈이다. 이들만 이사회에 참석해도 정족수를 채우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사 중에는 대구패션조합의 전·현직 이사장과 감사 등도 포함됐다. 노동훈 현 대구패션조합 이사장과 석주윤 대구패션조합 이사가 패션연 이사로 활동 중이고, 정광수 대구패션조합 감사는 패션연에서도 감사를 맡았다.
최근 건강상 문제로 이사장직을 사임한 김광배 전 패션연 이사장 역시 대구패션조합 전임 이사장이었다. 그는 2011년 직접 재건한 대구패션조합의 이사장을 맡은 뒤 2015년 자리를 넘겼다. 조직의 수익성 악화를 막고 구성원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패션연 이사회의 다수가 대구패션조합과 무관치 않은 이들이다.
실제로 2016년 8월 패션연 원장에 선임됐다가 10개월 만에 돌연 사임한 전직 대기업 임원은 한국패션센터 운영권을 공모로 넘기려던 대구시와 이를 묵인하는 패션연 이사회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대구패션조합이 시의 도움으로 덩치를 키우는 동안 애꿎은 패션연 직원들은 자신이 기획한 사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구조조정에 따른 임금 동결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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