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티켓값과 그 공연의 가치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대구에서 열리는 무용축제 중에서 매년 대구시가 지원하는 대구국제무용제라는 것이 있다. 올해가 20주년이니 가장 오래되었고, 매년 7개국 이상 수십 개의 단체가 참여하니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외향적인 것 외에도 대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작품 여러 편을 그것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대구국제무용제 총괄매니저를 맡은 지 올해가 9년째인데, 매년 우리 지역에서 세계 곳곳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관객의 한 사람으로 늘 기대되고 설레인다.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해외에 있는 많은 팀들이 지원을 해, 어떤 작품을 선정할 지 항상 고민이다. 그런데 전통무용을 초청하는 경우는 드물고, 창작 발레는 작품이 드물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이라고 불리어지는 장르의 작품을 주로 초청한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작품이라 할 지라도 관객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도 있다. 어두운 조명에 친숙하지 않은 음악, 스토리 없는 몸으로의 표현이 관객들로 하여금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은 관객이 선호하는 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렵고 생소하지만 새롭고 실험적인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시에서 지원하는 이런 축제들을 통해서 장르나 작품에 대한 편식을 막고 다양한 공연예술을 소개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전공생들이 좋아하는 수준높은 단체가 공연을 하게 되면 으레 티켓 값이 비싸다. 비싼 티켓 값을 주고 전문적인 공연을 보는 일반 시민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팀이 오면 전공자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구국제무용제는 무용과 관련이 없는 일반시민들도 페스티벌을 통해서 쉽게 전문적인 공연을 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9년 동안 모든 공연을 전석초대로 진행하고 있다. 나 또한 많은 일반인들이 우연히 공연장에 들러 공연을 보고 "무용도 재미있다", "감동적이었다" 등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좋은 후기를 접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홍보기간 내내 걸려오는 많은 문의전화 중 이런 경우가 많다. '전석 초대인데 괜찮은 공연 맞냐'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분들도 계신다. '공짜인데 볼만은 하냐'는 것이다. 일일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만, 기획의도가 달리 비춰질 때의 씁쓸함도 있다. 티켓 값이 비싸야 괜찮은 공연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티켓 값을 비싸게 책정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티켓 값만으로 공연의 질을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티켓 값과 공연, 양쪽 모두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더 값진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티켓 값만으로 공연작품의 가치를 매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