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부터 성적표를 나눠주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와서 받아가세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오전 9시, 대구 청구고 3학년 2반 교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름이 불려지자 다소 들뜬 표정의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역대 최악의 난도라는 평가를 받는 '불수능' 탓에 학생들은 성적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거나 "아…"하며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머리를 쥐어뜯거나 가채점 때 이미 결과를 예상한 듯 눈을 감고 체념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대부분 학생들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들여다봤고, 한 학생은 "수시 최저등급 기준을 겨우 맞췄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성민 군은 "사회탐구영역 생활과 윤리에서 2개 틀렸는데 3등급으로 내려갔다"며 "국어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는데, 워낙 어려워서 전체 성적이 내려갔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강병민 군은 "국어 점수와 등급을 보는 게 가장 두려웠는데, 막상 받아보니 다행이었다"며 "다만 과학탐구영역에서 실수를 해서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는 14일 발표하는 수시 지원 결과를 보면서 정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성구의 다른 고등학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가채점을 통해 어느 정도 점수를 예상해서인지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들자 심란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학생은 "이번 수능에서는 재수생들이 좀 더 유리했던 것 같다"며 "일단 정시 지원을 할 예정인데 재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능 출제경향을 종잡을 수 없어서 친구들과 함께 불만도 많이 쏟아냈다"고 덧붙였다.
학교 교사들도 성적이 발표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하락세 때문에 정시 지원전략 수립에 다소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성철 청구고 진학부장은 "이번 수능에서는 최상위권을 제외한 상위권 학생들이 중위권으로 하락하면서 중위권에 수험생들이 몰릴 우려가 있다"며 "재수생들도 소신, 안정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정시 지원에서 눈치 작전이 필수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 최저성적 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이 많아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예년에 비해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혼란을 마주하고 있자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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