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 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방대학 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지방대 재정을 수도권과 분리해 따로 지원해왔지만. 현 정부는 이마저도 폐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역대학과 지역사회의 발전이 공동운명체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지역대학 만들기'가 미래 도시 및 사회 발전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진정한 대학혁신과 사회혁신을 위한 교육부 폐지 주장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 석민 선임기자 sukmin@msnet.co.kr

◆ 김종웅 대구한의대 교수(사회)= 문재인 정부 대학정책은 주장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것 같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지방대학에 어떻게 대학교육 예산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지방대학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 개발이 가능한가? ▷대학개혁 논의 구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3가지 질문이 핵심이다. 대학개혁 논의는 사학재단의 경우 재단 권력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만큼, 교수사회와 언론, 시민단체 등 객관적 집단이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추진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동근 영남대 부총장= 대학발전과 지역발전이 함께 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실정은 당위성과 현실 사이에서 겉돌고 있다. 학부모, 대학, 대학 경영자 등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지방사립대는 정부 재정지원에 목을 매고 있다. 지금 수도권과 지방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따로 재정을 마련해 지방대를 지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마저 없앴다. 지역대학이 지역친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학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세계적 명문인 미국 스탠포드대학은 한 번도 글로벌 대학을 외친 적이 없다. 지금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요구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대학 만들기'가 안 되는 근본 원인은 지역 대학과 교수진의 이기심 때문이다. 우량 지역기업조차 '지역대학과의 협력에 질린다.'고 하소연할 정도이다.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경우 철저한 지역중심주의와 현장교육으로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왜 안 될까?
지자체장에게 자문하는 지역대학 교수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현장에 맞지 않는 이론중심의 지역정책이 속출하는 이유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2020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지역혁신인재양성사업'을 획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학과 교수의 이기주의에 따라 무의미하게 탕진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 이형철 국립대교수협의회 회장(경북대 교수회 의장)= 4차 산업혁명이란 말만 요란하지, 솔직히 정부나 대학이나 심도 있는 논의도 없고 고민도 없다. 지역대학의 경쟁력 하락과 지역의 쇠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선진국들이 하는 일을 우리는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있는 한 대학개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 대학정책 수립 권한이 지역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지역대학과 지역의 낙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대학예산은 10조원 정도이다. 이중 장학금과 국립대 지원금 등을 제외하면 2조3천억원이 남는다. 미국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의 한 해 예산만 각각 8조원에 이른다. 미국 주립대학 정도만 해도 연 2조원 수준의 예산을 투입한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 예산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대학예산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대학예산 부족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 김영철 계명대 교수= 국가단위에서 혁신을 이끌기에는 한국이 너무 크고 발전했다. 혁신의 당위와 주체가 이제는 국가에서 도시(지역)로 옮겨와야 한다. 그런데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는 '차트시티'를 제안하면서, 재원이 있다면 차라리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더 빠르고 성공적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도시가 새로운 혁신의 센터로 발전하기에는 '고착된 관행'과 '기득권층' 등 장애요인이 너무 많은 탓이다.
도시혁신의 두 핵심주체는 지방정부와 대학이다. 미래에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대학이 도시발전에 기여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 지역대학은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대구와 경북의 혁신인재양성사업은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특단의 결단'을 지역대학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중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려스럽다. '새로운 돈 줄 생겼다'는 식으로 잘못 쓰이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지역대학이 지역사회와 지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지 고민하고 실천에 나설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구경북학은 현재의 국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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