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늦은 오후, 대구 남구의 한 숙박업소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 중부소방서 이비호(44) 소방위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은 2층에서 윗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 소방위는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혹시 아직 내부에 남아있을 지도 모를 투숙객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통로에서 오직 손의 감각과 직감에 의지하며 객실문을 두드렸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길 수 차례. 그는 넘어졌다가 일어나길 반복하며 10여 명의 투숙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수색 도중에 큰 위기도 겪었다. 수색 작업 차 들어간 객실 안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며 어깨와 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거센 열기에 방화복과 소방모가 녹아내릴 정도였다. 그는 화상을 입은 상태로도 수색을 지속해 인명 피해를 막아냈다.
이 소방위는 "한 객실로 들어갔더니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면서 온몸이 뜨거워졌다"며 "하지만 수색작업을 마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프거나 괴롭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불길 속에서 벌인 그의 활약은 '영웅소방관'이라는 명예로 되돌아왔다. 그는 에스오일(주)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하고 소방청이 후원하는 '2018 영웅소방관 선발대회'에서 8명의 영웅소방관 중 '최고 영웅소방관'에 선정됐다.
그는 2002년 달서소방서에서 처음 화재 진압 현장에 뛰어들었다. "여러 보직을 맡았지만 그래도 지금 맡고 있는 화재 진압 업무가 가장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동료들과 함께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그가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는 건 어린 시절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초등학생 시절 경산시 현흥동의 한 주택에서 살았던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살던 집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소방위는 "당시 구슬땀을 흘리며 마지막까지 불을 끄던 소방관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저 분들처럼 멋지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고 싶다던 다짐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고 영웅소방관이라는 칭호는 동료들을 대신해 받은 것"이라며 "모든 소방관이 그렇듯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와라(First In, Last Out)'는 말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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