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의료, 공공성 vs 경제성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16년간의 논란 끝에 개설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허가권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허가'를 강조하고,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역 의료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리병원이 확산하면서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사보험이 의료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리병원화한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학력과 스펙을 바탕으로 거액의 마케팅을 통해 '좋은 병원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의료 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자들은 영리병원으로, 서민들은 기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원으로 나눠지는 셈이다. 아무리 영리병원 개설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속성상'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반면에 영리병원의 '제한적인' 추가 도입 및 확산을 주장하는 측은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의료를 국민 건강·보건 및 공공성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경제·사회적 관점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 입시 철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돌이켜보면 1970, 8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기계공학·전자공학 분야에 몰리면서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조선·기계 산업과 반도체·스마트폰 산업을 세계 일류로 일구었다. 이제 자동차·조선·기계는 사양산업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고, 반도체 호황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미래 세대들의 먹거리를 생명공학·바이오·헬스·보건·의료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인재들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공공성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의료는 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분야라면, 당연히 좁은 국내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적 경쟁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영리병원 논란이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한국 의료계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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