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 모바일 앱 '카카오T 택시'가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전국 택시요금 결제사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DGB유페이를 비롯한 결제사업자들은 택시에 요금계측기와 카드결제기를 설치해주는 대가로 '독점정산권'을 확보했는데 카카오 측이 이를 침해한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 "독점계약 무시말라" 강력 반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월 '카카오T' 앱에 택시요금 자동결제 서비스를 추가했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해 목적지로 이동하면, 미리 등록해 둔 신용카드로 요금이 자동결제되는 방식이다. 결제한 요금은 정산사인 '한국스마트카드'를 통해 택시기사에게 입금된다.
문제는 대구 택시업계가 지난해 업체별로 제각각이던 카드결제 시스템을 통합, 결제사업자인 DGB유페이와 '통합정산운영계약'을 체결한 점이다. DGB유페이가 전체 택시 1만6천517대에 요금계측기와 카드결제기를 설치해주는 대신 개인택시는 10년, 법인택시는 8년 동안 독점적인 결제 정산권을 인정하는 게 골자다.
DGB유페이 측은 "카카오T 앱이 결제 경로를 우회해 독점정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T 앱으로 자동 결제하면 운전기사는 카드결제기를 이용하지 않고, 계측기에 기록된 요금을 직접 앱에 입력해 결제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요금계측기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T 앱에 자동 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택시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택시를 호출할 때 1천원을 추가하면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자동결제만 가능해 자동결제 이용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DGB유페이 관계자는 "대구의 택시요금 카드결제 건수는 지난 9월 280만 건에서 자동결제가 도입된 10월 한달에만 6만~7만 건이 줄었고, 11월에는 10만 건 가까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대구 택시 승객 1명 당 평균 요금이 6천700원이고, 이 중 1%를 DGB유페이가 수수료로 받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의 자동결제가 도입된 지 두 달만에 수백만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택시업체와 정산사 간 갈등도
논란이 불거지자 DGB유페이와 이비카드(경기), 마이비(부산), 한페이(광주) 등 전국 결제사업자 4곳은 최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독점정산권을 침해한 점을 들어 카카오모빌리티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관련 판례가 없고 택시기사와 승객 간의 거래여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택시업계와 정산사 간의 다툼으로도 번지고 있다. 택시기사가 탑승객의 요청에 따라 자동결제를 받아주면 엉겁결에 DGB유페이와 맺은 계약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DGB유페이는 택시업계에 카카오T 앱의 자동결제 시스템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위반할 경우에는 설치한 카드결제기와 요금계측기를 철거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조합 측도 지난달 각 업체에 자동결제 호출을 받지 말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자동결제를 진행하면 대구시가 택시업체에 지급하는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동결제 서비스에 법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결제사업자들과 제휴하려면 시스템을 연동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간이 더 필요해 우선 1위 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와 제휴했다. 다른 정산사들도 제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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