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이무공' '탈'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연말이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무엇이 선정될지 관심을 두게 된다. 촌철살인의 묘미를 지닌 사자성어가 뽑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함께 '올 한 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이 1위로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고목사회(枯木死灰·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재와 같아 무기력함) 노이무공(勞而無功·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이 선정됐다. 각자 살길을 찾아간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수무푼전(手無分錢)도 이름을 올렸다. 힘들고 팍팍한 삶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들이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고른 게 노이무공이다. 갖은 애를 썼지만 보람을 찾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경기 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노이무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도 들어맞는 것 같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을 느낄 만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등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결과로 내세울지 모르지만 애초 목표한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고용지표가 참담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노이무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사자성어 대신 한 글자로 올해를 정리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KTX가 탈선(脫線)해 국민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사고 전 이상 징후가 수차례 나타났는데도 시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다. 또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으려고 한국전력이 중국·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엉뚱한 길로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단단히 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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