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정은 비위 맞추려 한미 연합훈련 명칭까지 바꾸나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매년 3월에 열리는 '키리졸브'(KR) 연습을 '19-1' 연습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19-2' 연습으로 각각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19-1'은 '2019년의 첫 번째 연습', '19-2'는 두 번째 연습이라는 의미다. 이는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던 '한미 연합훈련'이란 용어에서 '연합'이란 말을 빼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방안들이 실행되면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은 목적과 성격이 불분명한 밋밋한 이름으로 퇴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연합작전 능력의 위력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도 사라지게 된다. 2007년 기존의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란 명칭이 변경된 'KR'은 '주요한 결의'라는 뜻으로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2008년부터 시행돼온 UFG는 '자유의 수호자'란 뜻이다.

이들 명칭이 1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명칭들이 연합훈련의 목적과 성격을 정확히 대변하고, 한미 군 당국 모두 이에 만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명칭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바꾸려 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염두에 둔 북한 비위 맞추기의 일환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이란 용어에서 '연합'이란 말을 빼려는 것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더 큰 문제는 명칭 변경에서 그치지 않고 한미 연합훈련이 '빈껍데기'가 될 우려다. 이미 올해 UFG 연습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연습은 우리 측의 요청으로 중단됐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야전(野戰) 기동훈련인 독수리(FE) 연습은 미군 없이 한국군 단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한미 연합작전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도박'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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