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7) 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도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PC방에서 또래들이 인터넷 도박에 1만원을 넣고 3만원을 따는 것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한 번 따고나니 묘한 쾌감이 들었고, 1만~2만 원 정도였던 판돈도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와 점수에 돈을 거는 스포츠토토에 50만원을 넣어 7천만원을 딴 순간에는 절정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불법 도박으로 번 돈은 도박으로 모두 날렸고, 주변에서 빌린 돈이 숨통을 조여왔다. A군은 도박 빚을 해결하려 가재도구와 옷 등을 부모님 몰래 팔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고물품 거래 사기를 벌이거나 친구들과 차량털이까지 시도했다.
지난 9월, 빚이 4천만원까지 불어난 뒤에야 A군은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A군은 현재 보호관찰을 받으며 매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용돈인 1천원을 모아 도박을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가족들의 일상도 무너져내렸다. A군의 아버지는 "아이 엄마는 공황장애가 생겼고 저도 압박감 때문에 숨을 못 쉴 정도로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 감정조절이 어렵고 직장 생활도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손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다보니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상습 불법 도박의 나락으로 떨어져 방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도박 혐의로 검거된 청소년(만 14~18세)은 최근 5년(2013~2017년)간 19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청소년 4명이 불법도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의 청소년 상담사례도 지난해 19건에서 올해 5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청소년 중 4%가 도박경험이 있고 욕구 조절이 어려운 위험군에 속했다. 특히 청소년 100명 중 1명은 반복적인 도박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박문제를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부터 대구에서도 예방교육이 강화될 전망이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9월 학생 도박 예방교육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내년부터 모든 중·고생들이 연간 1회 이상 예방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김난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장은 "도박의 쾌감을 맛보면 뇌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 본인의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게된다. 예방교육을 적극 활용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주저없이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