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 선정 의혹부터 감사원 감사까지… 무슨 일 벌어졌나

지난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본지에 보도된 1면 기사를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들어 보이며 집중 질의하고 있다. 강효상 의원실 제공
지난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본지에 보도된 1면 기사를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들어 보이며 집중 질의하고 있다. 강효상 의원실 제공

대구 달성 국가산단에 수천억원이 투입돼 조성 중인 물산업클러스터는 우리나라 물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7월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한국환경공단은 올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미흡' 수준인 D등급을 받아 적격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특히 공단이 추진한 주요 사업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 운용관리 능력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전병성 환경공단 전 이사장은 경고조치까지 받았다. 더욱이 전병성 전 이사장의 사표 제출로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노조는 청와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지표 개선에도 나서야 하고 제 집안 관리도 되지 않는 기관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 대구 미래산업을 맡겨도 되는지, 적합성에 대한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가 선정과정을 집중 취재·조사한 결과, 위탁기관 심사 당일 환경부가 선정한 평가위원들은 '위원 간 합의'를 이유로 채점방식을 '상-중-하' 방식으로 돌연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점수 차가 적은 '상-중-하' 방식은 '의견'을 달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게 관행이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점수 차가 좁혀져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정적으로는 환경공단이 심사 기준에 명시된 '표지 좌측 상단에 관리번호란을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관리번호를 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감점을 미적용했다.

심사 평가항목도 정성평가는 6개, 정량평가는 2개에 불과해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질의에 나선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거짓말하면 안 된다. 위증에 해당한다"며 환경부에 맹공을 퍼부었고, 결국 박천규 환경부 차관의 "감점하지 않은 게 맞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환경부 시인에 따라 규정 위반에 대해 감점이 적용되면 최종순위가 변경, 두 기관의 0.6점 차가 뒤집어지면서 수자원공사가 오히려 0.4점을 앞서 위탁운영 주체가 되고, 환경공단은 탈락한다.

배후에는 이른바 '환피아'(환경부+마피아)의 구시대적 작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전병성 전 이사장을 포함해 고위직 7명이 환경부 출신이었고, 정년퇴직자까지 포함하면 환경부 출신 낙하산 고위직 인사만 17명에 달한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 산하로 편입되면서 환경부 출신이 전무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수천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환경부의 태도를 국회에서까지 지적했지만 환경부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감사원 감사로 이어진 것"이라며 "환경부의 대책 마련과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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