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합리적인 이의제기, 화이트불편러

아직 우리사회에서 불편,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불평'이라고 폄훼하고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를 통해 활동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적극 지적하고,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일컬어 '화이트불편러'라고 칭한다.

화이트불편러의 특징은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대표된다.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 된다면 거침없이 발언하고 요구하며, 공감을 이끌어내 여론을 움직이는 적극적 행동도 불사한다. '화이트불편러'라는 말은 불편이라는 단어 앞에 '좋은'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 '화이트(white)'를 붙이고, 여기에다 '~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더해 만들어졌다.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고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딴지를 거는 '프로불편러(pro+不便+er)'와는 반대의 의미다.

화이트불편러들은 소비 생활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호갱이 되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갑질이나 불공정한 기업 등의 사례 및 제품의 불편함과 개선점 등에 대해서 가감 없이 소셜네트워크에 글로 남긴다. 물론 좋은 기업의 사례도 적극 공유하며 소비 문화를 바꿔놓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적극적인 소비 행동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제품을 구매하고, 독거노인을 돕는 캠페인을 후원하는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식품기업 오뚜기는 상속세 납부와 심장병 어린이 돕기, 라면값 동결 등이 SNS를 통해 널리 회자되면서 '갓뚜기'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매출 신장으로 까지 연결된 좋은 사례다.

이들이 이끌어낸 사회 변화도 상당하다. 올 한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흔든 미투(#MeToo) 운동 외에도 국정농단 사태 당시 '#그런데_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을 비롯해, 2009년 흐지부지됐던 '고(故) 장자연 사건' 역시 20만명의 목소리가 모여 9년 만에 '재수사'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