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마트에는 '친환경', '그린, '유기농'임을 알리는 상품이 대세다. 카페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하고,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을 이용하자며 나눠주는 이벤트도 여기저기서 열린다. 이처럼 친환경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북극곰이 살 수 있는 얼음은 여전히 녹아 내리고 있다.
우리가 친환경인냥하는 일명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속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백이 이름값을 하려면 131회이상 사용해야 1회용 비닐봉투보다 환경친화적이며, 텀블러의 경우 1천회 이상을 써야만한다.
'위장환경주의-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는 이같이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큰 이익을 챙기는 집단들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그린의 가면을 쓴 기업들
이 책은 '그린'이 전 세계적인 과제이자 목표가 됐지만, 다각적인 노력에도 환경문제 해결에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을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들에게 있다고 본다. 지은이 '카트린 하르트만'은 이런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의 '베르너 부테' 감독의 영화 '더 그린 라이' 제작에 참여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이 책을 출간했다.
시작은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의 캡슐커피에 대한 이야기다.
네슬레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0억개에 달하는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팔았다. 문제는 알리미늄 커피 캡슐.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알루미늄 캡슐을 매년 최소 8천톤에 이르고, 1t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써야하고, 이산화탄소 8t이 배출된다.
하지만 네슬레는 네스프레소 홈페이지를 통해 '한잔의 커피는 긍정적 영향력을 담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한잔은 이를 항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주장한다. 네슬레는 커피 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사실로 이같이 환경과 공동체의 이름을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고객이 얼마나 캡슐을 돌려주고, 얼마나 재사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슬레처럼 기이한(?) 행동을 하는 기업은 상당히 많다고 책은 말한다. 석유생산 대기업 '셸'은 자신들을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 표현한다.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기아와 싸우는데 기여한다고 여긴다.

◆페루의 홍수에는 독일 기업의 책임도 있다
지은이는 국가 또한 그린워싱에 가담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옷이나 생필품 등에 친환경인증을 남발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인증을 남발하면 그만큼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지은이가 살고 있는 독일의 경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게 되면, 기업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는 그들의 그린워싱을 위해 포럼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국적기업과 국가가 함께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바로 독일 최대 에너지 회사인 RWE와 페루 안데스 산맥의 도시 우아라스에 사는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의 소송 이야기다.
안데스 산맥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이우야는 산에 오를 때마다 얼음이 녹아 새로 생긴 호수와 마주쳤고, 호수의 물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물이 계속 불어나면 이우야를 비롯한 5만명의 주민들이 사는 터전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했고, 이우야는 고향을 보호하기 위해 RWE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페루와는 멀리 떨어진 독일에 있는 RWE는 30기의 화력발전소에서 2억5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이 회사의 갈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으로도 전 세계 기후 변화의 0.5%에 대한 책임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우야는 RWE에 페루 주민이 홍수 방지를 위해 투자해야할 비용의 일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 재판에서 이우야 측 의견이 수용됐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한 기업을 상대로 지구 다른 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물은 의미있는 판결인 셈이다.
지은이는 기업은 그린워싱으로 자신들을 포장하지만 시민의 손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가 할일에 대해 언급한다.
"대량 사육시설과 산업화한 농업에 반대하고, 물을 비롯한 공공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민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음식을 독점적 손아귀에 넘겨주는 거물 기업의 합병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사회의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의 정의를 구축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움을 준다" 260쪽. 1만7천원.
▷지은이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의 뉴스 및 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월간지 '네온'의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새로운 빈곤에 관한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라는 저서로 명성을 얻었고, 2015년에는 '통제된 남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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