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유통가에서부터 화장품업계, 외식업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다 부정·반대를 뜻하는 접두사 언(un)을 붙여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때는 '고객은 왕'이라며 따라다니며 설명을 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응대를 하는 등 업체들은 서로 누가 더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최대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방법들을 고안하기 위해 골몰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과잉친절 사양하겠습니다"

이마트는 2016년 5월부터 전 점포에 이마트 앱을 통해 상품을 스캔하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종의 언택트 마케팅이다. 상품 가격표의 QR 코드 또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상품 구매후기, 설명, 레시피, 같은 카테고리 내 베스트5 상품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조회 할 수 있다. 배송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돼있다. 특히 쌀과 같은 무거운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이마트앱에서 자신이 위치한 점포를 선택하고 상품 스캔 뒤 개별 생성된 결제코드로 계산대에서 결재만 하면 집까지 배송된다.
판매 영업사원의 적극적인 권유가 부담스러운 자동차업계에서도 언택트 마케팅이 번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월부터 30개 영업장에 매장 방문 시 영업사원의 응대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웰컴 스타트'를 도입했다. 벨을 누르면 직원의 간섭 없이 전시차를 살펴볼 수 있다. 직원의 과잉친절에 되레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를 배려한 조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e-커머스시스템인 'e-쇼룸'을 전차종에 도입했다. 홈페이지에서 현재 판매되는 모든 차종의 상세한 사항을 편리하게 알아보고 견적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 KFC, 버거킹, 맘스터치 등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인주문기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맥도날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업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고, 버거킹은 노년층이나 어린이 고객들을 위해 호출시스템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테스터 제품, 편하게 즐겨요

뷰티업계에서도 '조용한 마케팅'이 인기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은 지난해 10월부터 '셀프·헬프 바구니'를 도입해 현재 전국 360여개 점에서 운영이다. '셀프' 바구니를 들면 간섭없이 자유롭게 쇼핑을 즐길수 있고, '헬프' 바구니를 들면 직원이 다가와 제품을 추천해주는 등의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니스프리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구분해 놓고 있다.
올리브영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헬스&뷰티(H&B)스토어와 뷰티 편집숍들의 기본으로 언택트 서비스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테스터 제품을 사용해보면서 천천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이런 언택트 마케팅은 젊은층일수록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에 태어난 10~20대)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나 추천보다는 온라인이나 SNS 등을 통해 제품 정보를 사전 수집하는 소비패턴을 보인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실제 제품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시간만 보내기 때문에 과잉친절을 보이는 직원들의 도움이 오히려 부담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하고 구매하는 소비 방식이 보편적이다.
최영은(23)씨는 "직원들이 따라와서 이것저것 권유를 하게 되면 괜히 사야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어 불편하다"며 "최근에는 화장품 대부분을 뷰티 편집숍에서 구매하는데 이곳은 대형마트처럼 내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돌아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초연결사회의 피로감 반영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Hyper-connection) 사회'가 그 기반이 된다. 초연결사회는 모바일의 보급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다. 다만 편의성은 대단히 증가하는 대신 단점도 있다. 너무 많은 관심, 불필요한 접촉과 연결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언택트 마케팅은 물건을 살 때만이라도 혼자 조용히 쇼핑을 즐기는 여유를 갖길 원하는 현대인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9.1%가 '인간관계가 피곤하다'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사회의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더욱 확된된 것도 언택트 마케팅 확산에 배경이 됐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최신 ICT 기술 발전을 통해 사람 없이도 다양한 서비스가 원활해진 점도 언택트 마케팅의 확산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했다. 여기에다 소비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빅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것도 한 몫 했다.
이장희 이마트 대구지역 홍보담당자는 "언택트 마케팅이 금융, 자동차, 에너지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유통업계에서도 무인마트와 기오스크 도입이 줄을 있는 등 언택트 마케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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