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타고 있는 호랑이 등

문재인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려라

이춘수 편집국부국장
이춘수 편집국부국장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1953년)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탄 것과 같다. 달리지 않으면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업무의 엄중함,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호랑이는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그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민이나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고, 계속 기대하고 감시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험한 호랑이는 막강한 조직을 동원해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집단이다.

호랑이 등을 탄 대통령은 참으로 위험하고 무서운 자리다. 문제는 누가 호랑이며, 대통령이 누구를 진정으로 자신을 태워준 호랑이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있다. 국민 다수가 호랑이의 힘을 갖고 있다면, 다른 짐승(특정 집단)들이 감히 그에게 달라붙어 괴롭힐 생각조차 못 할 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은 특정 집단이라는 이름의 호랑이가 공식 권력 배후의 실질권력으로 온 사회와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호랑이, 문재인 대통령이 탄 호랑이는 누구인가? 반외세자주를 외치는 정치권력,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권력 뒤에 숨은 이데올로그, 민주노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탈원전·신재생에너지를 맹신하는 환경주의자들이 그들이다. 이 그룹들은 일정 부분 겹치기도 하고 강력한 연대의 끈을 맺고 있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호랑이들은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 보고,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혀 편 가르기와 논쟁이 그칠 날이 없다.

운동권적 정치권력과 현 정부의 이데올로그들, 참여연대 등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실체적인 권력구조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현실은 무시한 채 '낭만적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남북 교류와 협력·평화체제 구축은 응당한 요구이지만 북핵 문제를 두고 북미가 주연, UN이 강력한 운전자 역할을 하고 남한은 조연인데도 마치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한 독재정권 아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시에 의식이 포획된 듯 국가 안위는 뒷전이고, 북측에는 만사 '예서 킴'(Yes sir Kim)이다.

민주노총도 질주하는 호랑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단위노조들은 고용 세습, 임금 가르기 반대 등 '조직갑질'에 철옹성을 구축하려 한다. 반면 기업 생존권이 달린 탄력근로제를 가로막고, 이른바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소속 회사의 안위나 경제계 충격은 아랑곳없이 강경투쟁만 일삼고 있다.

지금의 추세로 경제가 악화되고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 집권 3년 차 중반기에 접어드는 현 정부의 국정동력은 크게 약해지고 조기 레임덕까지 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속내는 지금까지 충실한 돌격대 역할을 해 준 호랑이 등에서 슬쩍 내리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내리지도 못하고, 방향 전환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등에 태우고 달려온 호랑이들은 조금만 지나면 새 주인을 찾아 현재 주인을 미련없이 내던질지 모른다. 아니면 문 대통령이 스스로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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