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자인으로 영세성 극복한 지역 업체 'H2C'

하경록 H2C 대표.
하경록 H2C 대표.

그동안 지역 안경업계가 호소한 어려움의 핵심은 업체들의 영세성이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분업을 통해 안경을 생산하다보니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까지 도맡는 자체 브랜드가 적고 결국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주문자생산방식(OEM)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자체 브랜드 없이도 디자인을 앞세워 순항하고 있는 지역 안경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대구 북구 안경특구에서 설립된 안경테 제조업체 H2C 얘기다.

하경록(43) H2C 대표는 지역 안경업계에서는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하 대표는 안경 생산이 아닌 세일즈부터 일을 시작한 점이 디자인에 남다른 안목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사명부터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는 법(How To be Creative in design)'의 약자다. 하 대표는 "일찍부터 많은 수입 제품을 접하며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들을 봐 왔다. OEM 위주의 대구는 상대적으로 디자인보다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치우친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를 갖지 못한 지역 대다수 안경 생산업체는 OEM 방식으로 도면을 받아 그대로 안경을 생산하고 있다. 자연스레 디자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직접 디자인 한 안경을 갖고 바이어들을 찾아다녔다. 자체 브랜드는 없지만 H2C만의 색깔은 유지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독특한 디자인에 주변의 관심도 이어졌다. 크지 않은 지역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비욘드클로젯, 준제이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협력해 제품을 만들었다. 2010년 디자인 전문가와 단 둘이 창업한 H2C는 지난해 말 기준 직원 30여명, 매출액 50억원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롯데백화점이 신규 론칭하는 선글라스 브랜드 '뷰'의 제품기획과 생산을 도맡는 성과도 거뒀다.

안경 디자인으로 시작한 H2C는 현재 자체 공장을 설립해 생산으로 영역을 넓혔다. 일반적으로 지역 업체들이 OEM 위주로 생산에 집중하다 규모가 커지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디자인에도 뛰어드는 것과는 반대다.

하 대표는 "디자인이 좋더라도 소재, 용접 등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구상한 디자인을 최대한 제품에 녹여내기 위해서 자체 생산을 결정했다"며 "자체 브랜드를 갖지 않은 업체라도 특유의 디자인을 통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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