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민심역행이다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다 보면 상당수 프로그램이 2부작이다. 1부에 이어 60~90초 광고가 나오고 다시 2부가 이어진다. 전에는 광고 없이 한 번에 끝냈던 것을 "60초 후에 이어집니다" 등의 자막과 함께 광고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 이탈 방지 효과가 프로그램 전후 광고보다 4배 이상 높다고 한다. 현행법상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지만 정부가 이를 가장한 프리미엄광고(PCM)를 방치했기에 가능하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한 회당 PPL(간접·협찬광고)이 57개에 이른다'는 서울 YMCA 보고서도 있다. 아예 광고하듯이 드라마 대사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가 방송계 요구를 전폭 수용해서다. 이로 인해 방송 광고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정부는 '꿈의 주파수'로 불리는 700㎒대 부여, PCMPPL 허용 등 지상파에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다해줬다.

그런 정부가 이제는 아예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방송 환경 변화로 지상파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

정부 스케줄대로 간다면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 방침에 대해 지상파를 제외한 신문, 비지상파, 인터넷 매체 등 거의 전 언론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조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과 같은 땜질식 처방이 지상파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방송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지 근본적 방법 강구가 먼저라고 비판한다.

언론기관이나 유관단체만 지상파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민심을 내세운다. 적폐 정권을 몰아내고 현 정부가 들어선 것은 민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60.9%, 10월 리얼미터 조사)가 나왔다. 민심이 이런데도 강행하겠단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만 민심인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그러잖아도 상황이 어려운 신문 업계는 큰 타격을 입는다. 한국신문협회 분석으론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은 해마다 1천114억∼1천177억원의 수익을 더 올리지만, 신문 광고비는 매년 201억∼216억원씩 감소한다. 매체 간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된다.

PCMPPL광고에 이은 중간광고 허용은 지상파에 대한 엄청난 특혜다. 당연히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전국 곳곳에서 정권과 같은 방향을 설정한 지상파들의 보도 행태가 큰 파열음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만한 경영과 편향적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서 시청률이 하락하고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이를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특정 세력에 특혜를 주기 위해 민심을 등한시할 때 어떤 결말이 올 것인지는 불보듯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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