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에 치러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최대 쟁점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 문제였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2일 타결됐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통합당의 어처구니없는 자기부정이었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명숙 총리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불법, 폭력집단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 가담자, 배후 조종자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무슨 의도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러웠다. 어떻게든 이런 비판을 피해갈 묘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구해낸 논리가 '그때는 잘 몰랐다'였다. 한미 FTA 찬성할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보니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는 구차한 변명이었다.
당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의 '고백'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1년 10월 20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끝장토론에서 "저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2008년 월가가 무너지고 나서야 '아 이게 신기루구나. 우리가 금융허브, 우리도 돈장사해서 미국같이 홍콩같이 돈을 벌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FTA가 환상이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으로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합동 담화문에 서명까지 했던 당시 천정배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1년 11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법무부 장관이었음에도 협상이나 과정을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고 했다.
국방부가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을 남북이 협의한다는 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1항 내용의 수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무력 증강이란 표현이 옛날식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지만 실제로는 예비역 장성들의 비판대로 이 조항이 군사주권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임을 뒤늦게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군사 합의는 졸속이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역시 그때는 잘 몰랐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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