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휴대전화에 번들로 제공된 이어폰이 고장나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야 할 상황에 놓은 김진혁(34)씨는 며칠 째 인터넷 검색만을 하면서 구매를 미루고 있다. 기능과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다 소비자들의 사용평도 제각각이어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면 그 중 자신에게 가장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결국 더 큰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비합리성에 주목한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경제학적 관점과 전혀 배치되는 이론을 내놓는다. 바로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다.
'선택의 역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오히려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지어 최종 선택한 결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권이 너무 폭넓게 주어질 경우 판단력이 흔들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선뜻 무엇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려워 김 씨의 사례처럼 결정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배리 슈워츠 미국 스와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는 잼을 이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동네 식품 가게에서 잼의 구매 패턴을 분석했는데 한 그룹에는 6개의 잼을 보여줬고, 또 다른 그룹에는 24개의 잼을 보여줬다. 그 결과 6개의 잼만을 진열했을 때의 구매율은 30%에 달했지만, 잼의 숫자를 24개로 늘렸을 때는 3%만이 잼을 구매했다. 슈워츠 교수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소비자로 하여금 최종 선택을 주저하게 했고 결국은 소비자를 쫓아내게 했다"고 설명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실제 취급하는 제품의 품목수는 훨씬 많지만, 이 중 일부만이 매장에 진열되는 이유도 바로 '선택의 역설'을 막아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리도록 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마케팅 기법이다. 매장 관리비용을 절감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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