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하빈의 시와 함께] 어머니/ 박태진(1957~ )

내 일찍 객지에 나와 십수 년 흘러도

고향에서는 어머니 이름이 없다.

큰아들인 내 이름이 어머니 이름이다.

어디서 내 이름 부르면 어머니가 대답한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도 내 이름으로 단다.

자식이 자기인 양

속을 다 자식에게 빨아 먹이고

쭈쭈바 빈 껍데기같이 쭈글쭈글하다.

달아나지도 않는 고향을 지키시는지

누구를 기다리시는지

밤이 깊어도 눈만 빠끔한 부엉이

이 산 저 산 둘러보지만 자리가 없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주 꿈에 찾아오신다.

어머니, 어머니 불러보면은

나는 괜찮다, 괜찮다 하신다.

진짜 괜찮은 놈은 난데.

―시집 '물의 무늬가 바람이다' (북랜드, 2013)

* * *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처음 만난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 동구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한데, 자식을 낳고부터 어머니 이름이 왜 사라졌을까? 왜 "내 이름이 어머니 이름"이 되었을까? 왜 "내 이름 부르면 어머니가 대답하"고, 왜 "연등도 내 이름으로 다"는 걸까? 그것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서만 애오라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모두 다 퍼주고 빈껍데기로 남아도 한마디 불평 없이 "나는 괜찮다, 괜찮다"고 하신다. 그 말 속에 어머니의 한없이 너그럽고 속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신은 도처에 가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대인 격언이 있다. 그런 어머니가 부와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로 환생하여 자식의 꿈속에 나타나 빠끔히 지켜주고 계신다. 따라서 '어머니'는 헌신과 희생의 다른 이름이다. 천상의 가장 아름다운 단어, 천하의 가장 성스러운 존재는 바로 '어머니'가 아닐까? 문득, 어머니의 발에 입 맞추고 싶다.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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