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 10월 대구 남부경찰서 상황실 직원들은 A(42) 씨의 쉴 새 없는 신고 전화에 시달렸다. 이 남성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폭행당했다"거나 "소음에 시달린다"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전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를 때렸다는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고, 소음은 본인이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게 원인이었다. A씨가 두 달 동안 각종 핑계로 경찰과 119에 허위 신고한 횟수만 해도 1천회에 달했다.
A씨의 상습적인 허위 신고는 점점 절정으로 치달았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1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 자신의 집에서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다"고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단순 문개방은 소방관의 출동 대상이 아니었고, 당연히 소방관들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7차례나 거듭 출동을 요구해도 소방관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앙심을 품은 A씨는 옷가지에 담뱃불로 불을 붙인 뒤 "집에 불을 냈다"고 신고했다.
결국 소방관과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의 행패는 계속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똑바로 해라. 관등성명을 대라"고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보다못한 경찰은 A씨를 방화미수와 경찰관 모욕 혐의로 구속하고, 허위 신고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직업도 없이 홀로 사는 A씨는 술만 마시면 허위 신고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A씨는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퇴원한 후에도 1주일 내내 술을 마시다 이날 방화까지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처럼 사회에 대한 불만에 휩싸여 허위 신고를 일삼거나 공무원을 조롱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은 행동은 정작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커다란 사회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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