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청소년 정책 비전은 '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이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성장해야 미래의 대구가 튼튼해진다는 슬로건이다. 이 멋진 슬로건을 잘 구현하려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 지역 청소년이 쓴 글을 소개한다.
'하늘을 날며 지키는 파일럿/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미식가/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을 모두 다 만나보고 싶어라/ 연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 한국의 말을 널리 알리고/ 가르쳐주는 한국어 선생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지 적어도 다섯 가지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 청소년이 쓴 이런 글도 있었다.
'최상의 경치를 제공하는 두바이 여행사/ 공사현장에 도움이 되는 중장비 운전기사/ 아, 인문계를 가야 하는데 성적이 낮아서 걱정이다/ 부모님 체면도 세워드리고 효도도 하고 싶은데/ 대학도 들어가고 싶어요 결혼도 하고 싶어/ 돈도 잘 벌고 잘 살고 싶어 착하게 늙고 싶네.'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체면도 세워드려야 하고, 현실적인 성공도 하고 싶은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잘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청소년의 부모로서, 또는 가족으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청소년을 대하면서 정작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을 나누는 일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 본다. 학교와 학원으로 바쁘게 쳇바퀴를 돌리면서 장래의 성공을 위해 황금 같은 청소년기를 그저 참고 희생하라고 격려(?)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심은 각박해지며 취업난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공부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대부분 선거권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의 문제는 언제나 정책의 최후순위 또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9~18세 청소년은 2만 명으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27%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중학생 시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14~19세 청소년이 범죄행위로 검거된 숫자가 1997년 1천 명당 17명에서 2016년에는 4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 이유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 교사의 체벌과 가족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부드럽게 변하면서 아이들 역시 어른들에게 맞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때마침 대구시에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청소년과를 신설했다. 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이다. 실제 내용 면에서 팀 구성이나 인력, 그리고 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어서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지역 청소년 정책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에 걸맞은 전향적인 청소년 정책을 기대해 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