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매가격이 전세값의 6배? 수성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값 요지경

전세값은 그대로인데 매매가격은 단기간 급등…묻지마 과열 투자

수성구 아파트. 매일신문 DB
수성구 아파트.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값이 요지경이다.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에도 아랑곳없이 만촌동·범어동 일부 단지 매매가격이 전셋값 대비 6배 넘게 폭등했다. 특정 지역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1985년 준공한 대구 수성구 만촌3동 H아파트의 전용 61㎡(구 23평) 실거래 가격은 최고 6억3천만원(9월 기준)으로, 전셋값 1억원(10월 기준) 대비 6.3배에 달했다.

전셋값은 1년 전과 그대로인데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3억원대에서 6억원대로 2배 안팎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전세 인기 척도를 나타내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고작 15.9%로, 통상 70~80%대의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일대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지은지 30년이 훌쩍 넘은 소형 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매매가격"이라고 했다.

이곳 매매가 폭등의 이면에는 '재개발'이 있다. 이곳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한 만촌3동 재개발 구역 내 단지로, 사업에 속도가 붙을수록 아파트값도 따라 올랐다. 이른바 수성학군을 낀 요지로 미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88년 준공한 수성구 범어동 G맨션도 올 초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추진 과정에서 급등세로 올라섰다. 이곳 전용 84㎡(옛 32평) 실거래가는 10월 기준 최고 8억6천800만원이다. 반면 같은달 기준 전세가는 최저 2억3천만원으로, 전세가율은 26.4% 불과하다. 역시 전세값은 그대로인데 매매가격은 단기간에 치솟은 결과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단지 '수성구 재개발·재건축'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통상 아파트 재건축은 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 인가→시공사 선정→사업계획 인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일부 단지들은 사업 추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단계 때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특성 상 사업 성공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 과열은 재건축 성공 여부에 상관 없이 일단 값부터 올리고 보자는 한탕주의가 깔려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