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울릉도의 설움

김지석 동부본부장
김지석 동부본부장

시인 유치환은 1948년에 발표한 시 '울릉도'에서 울릉도를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애달픈 국토의 막내'로 표현했다. 멀리 떨어진 국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 문학평론가들은 유치환이 8·15 이전에는 생의 허무함과 운명에 도전하는 시를 주로 썼으나 광복 직후에는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조국의 앞날이 밝기를 노래했는데 울릉도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보았다.

70년 전 울릉도는 말 그대로 절해고도였다.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되다시피 한 삶을 살았고 화산섬이 빚어낸 자연과 고유의 기후와 식생 속에서 독특한 생활 양식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왕래 배편도 늘어나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 고립감을 덜 느끼지만, 계절적으로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파도가 높아 배편의 결항이 잦다. 이 시기에 울릉 주민 중 일부는 포항 등지에 나와 생활하기도 한다.

1만여 명이 사는 울릉도는 기이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도동항 입구에 우뚝 서 있는 기암괴석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많이 다닌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의 자연에 반해 눌러앉아 살게 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장희의 홍보 덕분인지 몰라도 울릉도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청정 지역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행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5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출자자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이 투자해 디젤발전 중심의 울릉군 하루 전력 사용량 19㎿를 지열 12㎿, 풍력 6㎿, 수력·태양광발전 1㎿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15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이 거론되면서 사업이 중단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북도는 지열발전을 풍력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비 140억원과 도서 지역 전력거래단가 우대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이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고 전력거래단가 정책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논리가 일견 타당하지만, 왠지 매정한 듯하다. 울릉도는 지금까지 발전사업에서 많이 소외되고 설움을 겪었다. 울릉일주도로가 최근 개통했지만 착공한 지 55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2016년에 정부가 사동항 2단계 항만계획 사업 중 여객선 접안시설을 취소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되살린 것도 그러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데 묵살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전 정권에서 계획된 사업이어서 외면받았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울릉도가 그간 소외당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해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민간출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지원하고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든지, 순수 공적 사업으로 전환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적용,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경우가 좀 다르더라도 많이 소외된 지역을 배려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이 재고되어야 한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의 애달픔을 달래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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