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加里旺山)은 해발 1,561m로 국내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지리산·오대산처럼 산세가 장중하고 바위보다 흙이 많아 육산(肉山)으로 통한다. 원시림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거진 삼림은 가리왕산의 자랑거리다. 2008년 정부가 유전자보호림 구역을 더 확대해 모두 2천475㏊에 이를 정도이니 말 그대로 하늘이 준 선물이다.
그런데 가리왕산에 먹구름이 낀 것은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가 계기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가리왕산 중봉에 알파인스키장 건설을 놓고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자연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국책사업과 환경보호 목소리가 극심하게 충돌한 대표 사례가 됐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원상 복원한다는 조건으로 특별법까지 만들어 공사를 강행했다.
가리왕산은 주목·자작나무 군락, 이끼계곡 등 훼손 우려 때문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가 조심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활강코스 공사를 위해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기 전에 봐두어야겠다며 등산객 발길이 이어진 것도 그 위상을 말해준다.
하지만 올해 말로 국유림 사용허가 만료를 앞두고 최근 가리왕산 생태 복원과 스키장 존치를 놓고 또 의견이 맞서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약속대로 복원하자는 입장이고, 강원도와 스키협회는 2천억원의 예산이 든 국제시설인데 스키장이나 곤돌라 등 일부는 그대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 더 명분과 설득력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지역에서도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을 둘러싼 진통이 크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팔공산 8부 높이에 320m 길이의 구름다리가 놓이면 동식물 서식지 파괴 등 자연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한다. 시는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건설에 힘을 주고 있다. 자연환경의 미래는 현재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서 그 길이 갈린다. 어떤 인공 구조물이든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오른 만큼 내려오는 게 산행의 이치이듯 자연에 한 번 손을 대면 본연의 가치를 잃는 건 피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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