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추울수록 '얘들아, 나가 놀아라'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걸기' 아이콘이 왜 수화기 모양일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아주 어린 친구들은 옛날 전화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모양이 사용되는 것을 이해 못한다고 한다. 그들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선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수화기는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고 나름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한다.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세대 간에는 문화적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나 너무 올드하고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들을, 요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뉴트로'(New+Retro) 문화가 회자되고 있다. 아래로는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어려지는 반면 위로는 문화를 향유하는 연령대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문화향유 세대의 간격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옛날 시골다방을 그 아들은 촌스럽다고 이야기 할지라도, 증손자가 보기에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여길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한다. 유년시절 강가에서 얼음배도 타고, 스케이트도 제치고, 눈사람도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아주 재미있던 얼음썰매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경주하며 일일랭킹을 매기며, '내일은 이겨보리라' 다짐하며 집에 돌아와서 지팡이 끝에 박아놓은 쇠못을 열심히 갈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겨울철 추억에 대해 물어보니, 대부분 얼음썰매나 눈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촌유원지나 화원유원지의 꽁꽁 얼어붙은 강바닥 위에서 아빠와 함께 얼음썰매를 타던 기억들. 눈이 많이 온 날, 온 가족이 밖에 나가서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나뭇가지를 잘라서 눈도 붙이고 코도 만들어 붙였던 추억들.

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눈에 젖은 장갑을 말리면서, 불량식품이라 불리던 국민간식 '쫀디기'를 구워먹던 기억 등등. 이렇듯 추워서 밖에 나가기 꺼려지는 날씨지만, 겨울철 추억의 대부분은 오히려 밖에서 뛰어놀던 기억들이 많은 것 같다.

'뉴트로' 시대의 주인공 격인 요즘 어린세대들은 어떤 추억으로 겨울을 보내게 될까. 요즘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들이 많아져서,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내 놀이터에서 컴퓨터 게임과 씨름하거나 휴대폰 SNS의 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겨울'이라는 계절에는 엄동설한에 밖에서 땀나도록 뛰어 놀아본 사람들만이 겨울철 놀이의 참맛을 알고, 제대로 된 추억도 만들게 될 것이다.

너무 올드하다고 생각했던 얼음썰매나 눈썰매의 즐거움에 빠져서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며, 얼음을 제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겨울 풍경이 상상만해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얘들아! 날씨가 추워질수록 나가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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