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자리 확대 해법 없이 급한 곳 막기에 쏠린 자영업 대책

정부가 20일 자영업 상권 보호와 자영업자 복지 확대를 내용으로 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새 정부 들어 네 번째 자영업 대책이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등으로 자영업 상황이 어려워지자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과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등 활성화 방안을 망라했다.

우선 자영업이 밀집한 구도심 상권을 혁신거점으로 집중 육성하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대구·수원 등에 상권 활성화 혁신거점 시범사업을 추진해 5년간 80억원씩 지원하고, 2022년까지 30개 지역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영업과 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판매 확대와 창업교육 강화 등도 대책에 넣었다.

하지만 푸짐한 상차림에 비해 젓가락 갈 데가 마땅찮은 게 이번 대책을 보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68만 명이다. OECD 38개 국가 중 세 번째로 많다.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도 21.3%로 꾸준히 줄어들고는 있으나 10% 안팎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 경제 규모 대비 자영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경기 상황이나 사회 변화에 따라 여러 문제점이 표출된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급격히 둔화한 자영업 수익성 악화는 과당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 시장과 심각한 일자리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게 국내 자영업의 실상이다. 시장에 대한 분석과 구조 혁신 등 근본 해법 없이 세금으로 벌어진 틈이나 막는 정책은 상황 호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 생계 대책 차원의 자영업 시장 진입을 적절히 분산하는 정책이 급하다. 그런 다음 임대차 권리나 가맹점 분쟁 해소, 카드 수수료 완화 등 생태계를 정비해야 정책 효과가 커진다. 자영업 위기는 사기를 높이고 복지를 챙긴다고 극복할 수는 없다. '성장·혁신하는 자영업, 잘사는 자영업자' 비전을 이루려면 일자리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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