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택시 1만6천여대가 사라진 하루…시민 불편 컸지만 해법은 '첩첩산중'

택시업계 “공급과잉인 대구 택시, 생존권이 걸린 문제”

20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 파업에 맞춰 대구지역 택시 1만 6천 대가 운행을 멈췄다. 이날 퇴근길 동대구역 시내버스승강장이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전국 택시업계가 파업을 벌인 20일 대구국제공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여행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0일 대구 도로를 누비던 1만6천여대의 택시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정부의 대책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카풀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는 이날 하루 대구 택시 1만6천517대 중 800여대를 제외한 1만5천717대의 차량이 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법인택시뿐 아니라 개인 사업자인 개인택시까지 파업에 대거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파업 참여율이 높았던 것은 카풀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위기감과 반감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인택시의 파업 참여율이 이만큼 높다는 것은 지역 택시업계도 카풀 서비스를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박춘자(73) 씨는 "택시업계의 걱정도 크겠지만 카풀로 차비를 아끼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라며 "너무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호석(63) 씨는 "공유경제는 시대적 흐름인데, 시민 편의를 볼모로 이익만 취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20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 파업에 맞춰 대구지역 택시 1만 6천 대가 운행을 멈췄다. 이날 퇴근길 동대구역 시내버스승강장이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역 택시업계는 만성적인 택시 공급 과잉 상태에서 카풀서비스 도입은 사실상 전멸을 의미한다고 반발한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공급 과잉인 대구 택시는 특정 시간에 수요 과잉 상태에 놓이는 서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카풀서비스까지 도입되면 수많은 대구 택시기사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기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총무부장도 "카풀 서비스와 같은 유사운송업 허용은 정부가 불법 택시영업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진출을 허용하면 또다른 IT업계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되면 공급 과잉인 대구 택시는 고스란히 전멸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은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첩첩산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법인택시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 250만원 수준의 전면 월급제 추진을 제시했지만 택시업계는 마뜩찮은 반응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도 구성과 출범에 이견이 큰 상황이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마다 영업 건수가 다른데 완전 월급제 도입은 그야말로 넌센스"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대타협기구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위한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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