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은 언제까지 목숨 내놓고 살아야 하나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목숨을 내놓고 살아야 하나. 강릉 펜션 고등학생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강릉 KTX 탈선, 경기 고양 열수관 파열 등 속출하는 사고들을 보면서 '우리는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란 물음을 던지는 국민이 많다. 세월호라는 초대형 참사를 당하고도 이 나라는 안전불감증이란 고질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일련의 사고들을 보면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제 최종 결론이 난 지난 7월 포항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다.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로터마스트 결함 탓에 추락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인 로터마스트에 균열이 생겨 헬기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불량 부품 때문에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지난 10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운행 중단 사고 역시 대구시와 시공업체의 부실 설계와 시공 탓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와 시공사들은 궤도빔 간격을 넓혀 시공하고도 충격 하중에 약한 핑거플레이트 부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궤도를 받치는 콘크리트 타설에도 문제가 있었고 용접 불량도 확인됐다. "처음 모노레일을 도입하다 보니 운영이 미숙했다"는 대구시 해명은 아찔할 지경이다.

강릉 펜션 사고는 보일러 배기관과 연통이 어긋나 밖으로 나가야 할 배기가스가 안으로 유입돼 일산화탄소 질식사를 일으켰다.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사고도 2인 1조 근무 규정을 어기는 등 안전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형적인 인재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각종 사고가 어느 정부보다 속출하고 있다. 생때같은 목숨이 희생되는 사고들이 줄을 이어 국민 불안은 증폭하고 있다. 불안을 더 부추기는 것은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사고가 나서야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선제적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뒷북치기로는 국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가 적폐청산에 올인하는 사이 안전불감증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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