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둥절'이란 유튜브로 잘 알려진 천재견 아리(3·웰시코기)가 있다. 아리는 보호자가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척척 알아서 한다. 함께 빨래도 널고 시장도 보며 껌딱지마냥 보호자를 따르며 도움을 준다. 보는 이들은 누구나 "어떻게 저런 개가 다 있지?"하며 신기해한다.
아리의 천재성을 확인하고 아리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자 SBS TV동물농장과 촬영에 나섰다. 놀랍게도 아리는 4세 어린이 이상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보호자의 표정을 통해 보호자의 기분과 감정을 인지하고 보호자가 기뻐할 행동을 보여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차례 동물농장을 통해 소개된 천재견들의 경우 주인의 손동작이나 명령어에 의존했다면, 아리는 보호자가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리를 두고 '개가 인간화된 사례'라고 설명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개는 야생의 들개 무리에서 인간과의 공생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을 따르게 되었다. 사람은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점차 개를 순치시키며 필요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야생 들개에서 목양견, 경비견, 사냥견 등의 다양한 용도의 가축화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현재는 사회가 도시화하면서 가축화된 개의 역할은 줄고 애완동물로 개를 키우게 되었고, 점차 감성을 공유하는 반려화 단계에 이르게 됐다.
과거 특수 목적으로 활용되던 개는 훈련을 통해 명령어를 습득하고 임무를 수행할 때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려견은 가족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행동을 취할 때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의 지능도 IQ보다는 EQ가 존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상대방을 감정과 내면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는 '마음이론'이라고 한다. 사람은 4세 정도면 같은 상황을 대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며, 외양과 실제가 다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이론을 영장류에서 검증해보면 영장류 또한 관찰자의 눈과 입 주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인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리의 경우도 마음이론이 작용한 듯하다. 아리는 아이컨택을 통해 보호자와의 교감이 시작된다. 보호자의 시선을 따라 보거나, 눈가의 미세한 떨림을 인지하며 보호자의 감정을 이해한다.
개와 개가 만날 때는 굳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을 필요는 없다. 동물 간에는 몸짓과 소리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동물 간에는 이러한 단순한 표현력으로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
개는 초고속 카메라처럼 빠르고 미세한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과일과 곡식이 여물어가는 색과 빛을 인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였지만, 사냥해야 하는 동물들은 색보다는 미세하고 빠른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체 시력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의 능력을 활용한 경우가 간질환자를 돕는 도우미견이다. 간질 환자는 자신이 언제 간질 증상이 발현될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도우미견은 간질 환자가 간질 증상이 발현되기 전 나타나는 전조 증상을 인지하고 보호자에게 짖어 보호자가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하고 약을 먹을 수 있도록 경고한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 하는 간질의 전조증상을 도우미견이 인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동체 시력과 뛰어난 후각 능력 덕분이다.

아리 역시 동체 시력과 더불어 후각을 통해서도 보호자의 감정 상태와 주변 상황 정보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일수록 상대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듯, 아리는 보호자에 대한 깊은 애착을 바탕으로 보호자의 감정과 바람을 이해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보호자는 아리의 능력을 의도적으로 개발하려 하지 않았고, 아리의 습성을 존중하며 기다리고 공감해주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과정들 속에서 아리는 보호자를 더 깊게 신뢰하고 따르게 된 배경이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또 아리에게 보호자의 즐거움은 곧 자신의 즐거움이었기에 아리가 보호자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개나 사람이나 감성 지능(EQ)은 학습보다는 즐거움을 통해 배가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해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