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너도나도 세우는 문학관, 짓는 것보다 채울 일 고민해야

경북도와 시·군이 고장 출신 현역 작가의 문학관 같은 공간 건립에 나섰다. 영양이 고향인 이문열 소설가와 예천 태생 안도현 시인의 문학관, 경주 출신 이현세 작가의 만화관이 그렇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공간이 객주문학관과 이육사문학관, 동리목월문학관 등 11개 문학관이 있는 경북의 문향(文香)을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간 신축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전국 85곳 문학관이 가입한 한국문학관협회에 따르면 미가입 문학관까지 전국적으로 110곳쯤의 문학관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문학관 분석 자료를 보면 예산과 인력 부족, 적은 방문객, 낮은 문학관 활용도 등에서 적잖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앞장서 이들 공간을 건립할 경우 초기 비용은 물론,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또 다른 부담이다. 건립 이후 차별화된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접근성, 인지도, 활용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쉬운 건물 신축이 능사가 아니라 채울 내용이 더욱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경북도와 시·군 지자체가 서두를 일은 번듯한 외관과 큰 규모를 갖춘 공간을 짓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는 고민부터 깊이 해야 하는 까닭이다. 명품 문학관의 탄생은 건물 한 채 지어 문을 연다고, 건물의 인물이 유명인이라고 이뤄지는 일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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