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항해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다양한 사람들이 상담실을 방문한다. 사람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그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자신만이 갖는 고유한 어려움을 누구나 가질법한 보편성에 포함되기를 바란다.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든 간에 고민은 늘 있다. 그렇지만 상담 경험은 극소수이다. 심각한 문제를 가졌거나 나약한 인간의 경험이라는 편견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기쁜 일로 상담실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기 성장을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나요'라는 질문은 개인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해받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다는 용기있는 자의 또다른 표현이다. 설령 편견이 사실이라고 할 지라도, 즉 상담이 불행하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를 의미한다고 할 지라도, 가장 진정한 인간의 징표일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솔직하고 겸허한 자기이해와 수용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편견에 맞서는 용기와 편견을 수용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책임과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 때,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한 출항은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심리적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재해석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삶을 평가하기보다 자기 내부의 평가로 삶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고유한 개인적 특성을 중요시하기에,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고 나아가기를 원한다. 이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책임지는 태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칫 자기 성장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공동체의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다보니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된다면 성숙한 인간다움을 갖기 위한 항해는 위태로워진다. 순항을 위한, 아니 이 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기꺼운 마음'이다. 기꺼운 마음이란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의 삶에 관여됨을 수용하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실천적 행위로 표현되는 것이다. 실천적 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을만큼, 타인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말과 행동을 포함한다.

우리는 이렇게 모두가 연결되어 성숙한 인간다움을 향해 오늘도 항해 중이다.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인간다울 때 가장 반짝인다. 그것도 성숙한 인간다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도 나는 상담실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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